지난 10일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티업·지스윙 메가오픈은 버디 풍년이었다. 장이근이 무려 최종합계 28언더파로 역대 KPGA 투어 사상 72홀 최소타, 최다 언더파라는 새 기록을 썼다. 심지어 20언더파 이상을 친 선수가 14명이나 됐다. 꼴찌인 75위가 1언더파였다. 비단 이 대회뿐 아니다. 최근 KPGA 투어는 버디 인플레 현상이 심각하다. 지난달 열린 두 대회 최종 우승자는 각각 최종합계 18언더파, 20언더파였다. 10언더파를 치면 명함도 내밀 수 없는 셈이다.
왜 최근 KPGA 투어에서 버디가 쏟아져 나올까. 20일 골프 관계자와 선수들의 반응을 종합하면 짧은 전장과 쉬운 코스 세팅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올 8∼9월 KPGA 투어 대회가 열린 4곳의 골프장 전장 평균은 7026야드였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가 열린 5곳 골프장 전장 평균은 337야드(308m) 더 긴 7363야드였다. 국내 투어가 파4홀 한 개를 덜 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역대급 기록이 쏟아진 티업·지스윙 메가오픈이 열린 드림파크CC 드림코스 길이는 6938야드였다. 같은 기간 치러진 PGA 투어 델 테크놀러지 오픈이 열린 보스턴 TPC는 7342야드나 됐다. 전장이 짧다보니 국내 선수들은 티샷 때 드라이버 대신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우드나 롱 아이언을 가지고 티박스에 나서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티업·지스윙 메가오픈 마지막날 역대 KPGA 투어 18홀 최소타(60타) 기록을 세운 이승택은 “코스가 짧아 골프백에서 아예 드라이버를 빼고 나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18번홀(파5)은 거리가 541야드에 불과해 대회 기간 이글이 무려 20개나 나오기도 했다. 12번홀(파4)도 300야드로 ‘서비스 홀’이 됐다.
너무 쉽게 코스 세팅이 돼 있는 것도 이런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국내 대회가 열리고 있는 골프장은 러프가 너무 짧다는 게 선수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지난해부터 KPGA와 일본투어(JGTO)를 병행하고 있는 베테랑 강경남은 “나뿐 아니라 동료 선후배들도 코스 변별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며 “지금보다 러프가 10∼30%만 길어져도 선수들이 느끼는 난이도는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상황에서 멋진 샷 등이 많이 나와야 갤러리들도 골프의 묘미를 더 즐길 수 있다”며 “한국 남자 골프가 해외에서 더 활약을 펼치려면 페어웨이와 러프가 지금보다 더 많이 차이가 나야한다”고 덧붙였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20언더파 쳐도 우승 못하는 KPGA
입력 2017-09-20 1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