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결국 MB 향하는 수사… 정치보복 악순환 경계해야

입력 2017-09-20 17:55
이명박(MB)정부를 향한 검찰의 칼끝이 예리해지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댓글공작’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이어 ‘박원순 제압 문건’도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은 20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정 방해 활동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11명을 고소·고발한 사건을 공안2부에 배당했다. 박 시장이 이 전 대통령 등을 고소·고발한 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국정원 적폐 청산 과정과 맞물려 시작된 수사가 전직 대통령으로 향하는 모양새다.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는 최근 MB정부 시절 국정원에서 박 시장을 비판하기 위한 내부 문건을 만들고, 이에 따라 심리전단이 각종 온·오프라인 공격을 벌였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국정원의 방해 공작에 동원된 것으로 알려진 보수성향 단체 어버이연합의 추선희 전 사무총장 주거지를 압수수색한 뒤 오후에는 그를 직접 소환했다. 이 사건은 4년 전 검찰이 수사한 적이 있다. 2013년 민주통합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의 고발에 따른 것으로 당시에는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바 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영화배우 김여진씨, 방송인 김미화씨 등이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상태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MB정부 때 퇴출 대상에 오른 문화예술인은 문화계 인사, 배우, 영화감독, 방송인, 가수 등 82명으로 소설가 조정래, 영화감독 이창동 등 유명 인사들도 포함됐다. ‘댓글공작’ 수사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검찰은 댓글부대를 운영한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을 19일 구속한 데 이어 21일에는 실무 책임자인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을 피의자로 소환 조사한다.

핵심은 이 전 대통령의 지시 내지 묵인이 있었는지, 국정원의 불법적인 활동과 관련한 보고가 이 전 대통령에게 전해졌는지 여부다. 당시 청와대는 좌편향 문화예술계 인사 등의 실태 파악을 국정원에 지시했고, 국정원은 ‘VIP(대통령) 일일보고’ ‘BH(청와대) 요청자료’ 등의 형태로 진행 상황을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소·고발장을 제출한 인사들도 “당시 국정의 총책임자인 이 전 대통령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만큼 검찰은 조금의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는 각오로 성역 없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하다. 정치보복이니 표적수사니 하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누누이 약속했던 정치적 중립성과 투명성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다. 당사자들도 수사에 적극 협조해 진실을 밝히고 의혹을 풀 수 있도록 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