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총체적 부실… 직원 채용 평가방식 멋대로 변경

입력 2017-09-21 05:00 수정 2017-09-21 19:04

금융감독원이 2016년도 신입 직원을 채용하며 선발 인원과 평가 방식을 마음대로 조정해 합격자가 뒤바뀐 사실이 감사원 감사로 확인됐다.

금감원 직원이 장모와 처형 명의 계좌를 이용해 수백억원의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을 차명거래한 사실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금감원이 2014년 이후 수행한 업무 전반을 감사해 그 결과를 20일 공개했다. 금감원의 채용 비리, 방만 경영, 임직원 주식 차명거래 등이 전방위적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이모 총무국장은 2015년 10월 신입 채용 필기전형 후 지인으로부터 지원자 A씨의 합격 여부를 묻는 전화를 받고 인사 담당자에게 A씨가 합격 가능한지 물었다. A씨 성적이 합격선에 걸려 있다는 답변을 들은 이 국장은 채용 예정인원을 늘려 A씨 등 6명이 합격권에 들도록 했다. 이 국장은 면접위원으로 참석해 A씨에게 10점 만점에 9점을 줬다. 필기시험에서 떨어진 A씨 등 3명이 추가로 최종 합격됐다.

당시 수석부원장은 다른 직군 합격자의 세평을 조회해 합격자 3명을 탈락시키고 후순위자를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또 최근 5년간 기업정보 관련 업무를 수행한 금감원 직원 138명을 대상으로 2012∼2016년 금융투자상품 거래 내역을 점검했다. 직원 B씨는 휴대전화에 장모 명의 계좌를 개설해 2013∼2016년 7244회에 걸쳐 735억원의 주식 등을 거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 C씨는 처형 계좌를 통해 8억여원의 주식을 사고팔았다. 이들은 주식 거래로 큰 수익은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이들 2명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금감원 임직원이 금융투자상품을 매매하는 경우 자기 명의로 해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돼 있다.

방만 경영도 여전했다. 전체 직원 1927명 중 관리직인 1∼3급이 871명으로 45.2%에 달했다. 1·2급 중 63명은 보직 없이 팀원으로 있으면서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지난해 연봉은 1급 1억4000여만원, 2급 1억3000여만원이었다. 금감원은 민원처리 인력이 부족하다며 정원 외로 255명을 추가 채용하기도 했다.

이밖에 감사원이 금감원 해외사무소가 수집한 업무정보 525건을 분석한 결과 98.2%가 인터넷 검색으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런데도 금감원은 올해 싱가포르 주재원을 신설하는 등 해외사무소 확대 계획을 세웠다.

감사 결과를 통보받은 금감원은 채용 방식을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블라인드 채용 도입과 서류전형 폐지 등을 논의해 올해 안에 후속 조치를 마치겠다”고 말했다.

1999년 설립된 금감원 예산은 금융기관의 감독분담금과 기업의 유가증권 발행분담금, 한국은행 출연금 등으로 충당된다. 올해 예산은 3666억원으로 지난해 3256억원에서 10% 넘게 늘었다.

권지혜 조효석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