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견제 받지 않은 신의 직장 금감원의 민낯

입력 2017-09-20 17:54
감사원이 20일 발표한 금융감독원 감사 결과는 견제 받지 않은 권력이 얼마나 부패할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들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이다. 그런데 반민반관(半民半官) 조직이다 보니 금융회사들에는 완장 찬 권력으로 군림하면서 내부는 곪을 대로 곪았다. 금감원 직원들은 기업 정보를 이용해 장모나 처형 등 다른 사람 명의로 수백억원어치 주식 등 금융상품을 사고팔았다가 적발됐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꼴이다.

금감원 고위직들의 채용 비리는 취업난에 고통 받는 청년들을 좌절하게 한다. 전직 금감원 직원이나 지인이 부탁한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채용 예정 인원을 늘렸는가 하면 평가 방식 등을 자의적으로 조정해 합격자를 뒤바꿨다. 금감원은 평균 연봉 1억원이 넘는 ‘신의 직장’이다. 청년 4명 중 1명이 실직 상태다. 한편에서는 이런 부정이 횡행하고 있었으니 분통이 터질 일이다.

금감원의 방만 경영 행태는 더 기가 막힌다. 1∼6급 전 직원 중 관리직인 1∼3급이 45.2%나 되고 5명 중 1명이 보직 간부다. 1, 2급 직원 중 63명은 무보직 상태로 하위직급 직원과 똑같은 일을 하면서 1억3000만∼1억4000만원의 연봉을 받아갔다. 금감원의 해외 8개 사무소는 국내에서도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었다. 과연 신의 직장이라 불릴 만하다. 그러면서 금융소비자 보호는 뒷전이었다.

감독관청인 금융위원회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방만 경영은 정권 때마다 반복된 낙하산 인사도 원인이다. 금감원 노조가 당초 내정설이 돌았던 감사원 출신의 힘센 낙하산을 반긴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금감원 비리는 잊을 만하면 튀어나온다. 금감원은 민간 출신 최흥식 원장이 취임한 뒤 내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정도로 금감원이 바뀔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차제에 금융감독 체계를 다시 정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