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품은 아이들 ⑦] 신경섬유종증 엎친 데 자폐 장애 덮쳐

입력 2017-09-21 00:00
임준규군이 지난 12일 인천 계양구의 자택에서 엄마의 손바닥에 손글씨를 적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신경섬유종으로 인해 오른쪽 발목 안쪽 뼈 없이 태어난 임준규군의 수술 흉터.
“준규야, 엄마가 좋은 거 못 주고 좋은 거 물려주지 못해서 미안해. 너무너무 미안해.”

아들의 밤송이 같은 머리를 쓰다듬는 김은정(45·인천 효성침례교회) 집사의 눈이 금세 그렁그렁해졌다.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임준규(11·신경섬유종증, 자폐성장애 1급)군은 “음마(엄마)” 하며 웃었다. 말이 더딘 준규가 김 집사의 손바닥을 종이 삼아 먹고 싶은 음식을 손가락으로 적어 내려가자 엄마가 “피자?” 하고 물었다. 준규 얼굴에 슬며시 웃음꽃이 피었다.

예정일보다 3주 일찍 태어났지만 준규는 여느 신생아 못지않게 건강했다. 태중에 있을 때도 산모수첩에 이상 징후 한 번 기록된 적이 없던 아이였다. 준규의 몸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안 건 두 돌이 지나서였다.

“준규 동생을 출산하고 입원해 있는데 의사 선생님이 뒤뚱뒤뚱 걷는 준규를 보며 움직임이 이상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저 걸음을 떼는 과정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러면서 제 팔에 있던 점들을 보시더니 신경섬유종일 수 있으니 검사를 해보라고 하시더군요.”

설마는 현실이 됐다. 검사 결과 엄마와 준규 모두 난치성 신경섬유종증을 앓고 있었다. 피부와 중추신경계에 이상이 나타나는 유전성 질환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준규가 이 질환 때문에 오른쪽 발목 안쪽 뼈 없이 태어났다는 것이었다. 결국 준규는 수술대에 올랐다. 골반 뼈를 잘라 철심과 함께 발목에 박아 넣는 수술이었다.

수술을 통해 발목엔 힘이 실렸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오른쪽 다리의 발달이 더뎌 시간이 흐를수록 양쪽 다리의 길이 차가 심해졌다. 뒤뚱거리며 걸음마를 뗐던 준규는 절뚝거리며 유년시절을 보내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폐 증상까지 심해지면서 언어·행동 장애가 왔다. 길을 걸을 때면 겁 없이 차도에 뛰어들기 일쑤였고 잠깐 사이에 사라져 엄마의 속을 태웠다. 김 집사는 “한 번은 4m 아래 절벽으로 떨어진 적도 있었는데 다행히 준규가 떨어진 자리에만 작은 웅덩이가 있어서 찰과상만 입었다”며 “하나님이 지켜주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2일 인천 계양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만난 준규의 몸엔 군데군데 크고 작은 점이 그득했다. 김 집사는 “점 안에 고름이 찰 때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형편이 어려워 엄두도 못 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준규네 한 달 수입은 지방에서 일용직으로 근무하는 아빠가 보내주는 30만원이 전부다. ‘조건부 수급자’로 분류돼 나라에서 지급하는 22만원을 보태 준규와 엄마, 두 여동생까지 네 식구가 살아간다. 밀알복지재단과 정부 지원으로 주 3회 언어치료를 받고 있지만 엄마는 상담 받을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2년 전 준규 입에서 처음 ‘엄마’ 소릴 들었을 때 한참 눈물을 쏟았죠. 선생님들이 ‘준규는 집중력이 좋아서 작업치료를 받으면 금방 젓가락질도 하고 특수체육교육도 받으면 훨씬 좋을 것’이라고 얘기하는데 그럴 때마다 준규한테 미안한 마음뿐이에요.”

내년 초엔 왼쪽 무릎의 성장판을 닫는 수술도 예정돼 있다. 신체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다. 가야 할 길은 멀어 보였지만 김 집사는 “하나님께서 갈 길을 밝히 보이실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하나님을 원망한 적도 많았죠. 그런데 준규야말로 하나님이 보내주신 ‘축복의 통로’란걸 알게 됐어요. 지금은 밥 먹을 때 깜빡하고 기도를 안 하면 준규가 ‘아멘’ 하면서 절 혼내요. 그 ‘아멘’ 소리가 또 다른 기적을 주실 하나님의 음성으로 들린다면 제 착각일까요.”

인천=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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