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2일 조기 총선… 아베의 전격전

입력 2017-09-19 18:27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의 보편적 의료서비스 관련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AP뉴시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달 말 중의원을 해산하고 다음달 22일 조기 총선을 실시하는 것이 확실해졌다. 야권이 전열을 갖추기 전에 ‘전격전’(電擊戰·전쟁을 빨리 끝내려고 기동과 기습을 최대한 활용하는 싸움)으로 선거를 치러 정권 기반을 재구축하기 위한 국회 해산이다. ‘명분이 없는, 정권의 연명을 위한 해산’이라는 비난이 나오자 아베 총리는 명분을 급히 만들어냈다.

아베 총리는 두 차례 미뤄졌던 소비세 인상을 2019년 10월 예정대로 단행하고 세수 인상분을 교육 무상화 및 사회보장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을 총선 공약으로 제시할 방침이라고 19일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2014년 5%에서 8%로 올렸던 소비세율은 2019년 10%로 인상할 예정이다. 당초 나랏빚을 갚는 데 사용하려던 인상분을 복지 재원으로 쓰기로 방향을 튼 것이 달라진 점이다.

아사히신문은 “사학 스캔들 이슈를 덮으려는 의도가 크고, 급조한 느낌도 지울 수 없다”고 혹평했지만 전략적으로 절묘한 측면이 있다. 일단 정책에 대한 판단을 국민에게 묻는다는 국회 해산의 명분이 마련됐다. 또 선거에서 증세 이슈가 여당에 유리할 리 없지만, 세수 사용처를 국가부채 상환에서 복지 재원으로 바꾼 것은 다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야권의 뒤통수를 치는 효과도 있다. 소비세 인상분을 사회보장에 쓰자는 얘기는 제1야당 민진당의 마에하라 세이지 대표가 먼저 꺼냈다. 반면 공산당은 증세 자체에 반대한다. 따라서 증세가 선거 쟁점이 되면 민진당과 공산당의 야권 연대가 어려워질 수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소비세 인상과 세수 사용처 변경, 북한 압박 강화, 헌법에 자위대 근거 명기가 총선의 3대 쟁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헌법 개정은 아베 총리의 궁극적인 목표다. 국회 해산이라는 승부수를 띄우는 것도 개헌 추진 동력을 다시 얻기 위함이다. 아베 총리에게 위협적인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신당을 만들어 총선에서 의석 일부를 가져간다 하더라도 고이케 지사는 개헌에 긍정적이기 때문에 연대가 가능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위험수위(30% 아래)까지 추락했던 아베 내각 지지율을 50%대로 다시 끌어올린 일등공신이어서 선거에서도 집권 자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전직 장관은 “선거기간 중에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자민당 힘내라’는 여론이 형성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고이케 지사 측근인 와카사 마사루 중의원과 민진당을 탈당한 호소노 고시 중의원은 이달 말 신당을 결성키로 했다. 신당은 소수로 시작해 점차 인원을 늘려갈 방침이다. 하지만 당장 다음달 전국 규모 선거를 제대로 치르기에는 시간상 역부족이다. 고이케 지사는 총선에서 신당 후보를 직접 응원할 것이냐는 질문에 “상황이 어떻게 돼 가는지 잘 지켜보겠다”고만 답했다. 아베 총리의 국회 해산에 관해선 “국민에게 무엇을 묻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