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이후 국고로 환수되지 못한 일제강점기 일본인 소유 땅 가운데 전국 최대 규모의 토지가 국고로 환수된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1단독 정지은 판사는 19일 검찰이 국가를 대신해 정모씨를 상대로 낸 강릉시 왕산면 소재 임야 4만6612㎡의 소유권 이전 등기 사건에서 “정씨는 국가에 땅 4만6612㎡의 소유권 이전 등기 절차를 이행하라”고 판결했다.
이 재판은 피고 정씨가 소장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아 변론 없이 종결됐다. 무변론인 경우 항소로 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판결은 검찰이 국가를 대신해 일제강점기 일본인 땅을 되찾기 위해 전국에서 진행하는 10건의 관련 소송 중 세 번째로 나온 판결이다. 앞서 지난달 대구지법 안동지원은 5250㎡ 토지에 대해 국가에 소유권 이전 등기 절차를 이행하라고 판결했고, 창원지법 밀양지원에서도 사건 토지 252㎡ 소유권을 국가로 이전하라는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강릉 소유권 이전 등기 사건은 검찰이 제기한 10건 소송 중 환수 토지가 가장 크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검찰은 지난 2월 정부 발주 공사와 물자 구매, 국가보조금 지급, 대형 사고 등을 수사해 국고 손실을 막고 범죄수익을 환수하려는 목적으로 특별송무팀을 신설했다. 서울고검 특별송무팀은 일본인 명의의 땅을 광복 후 불법 소유한 것으로 의심되는 10건을 찾아내 전국 토지 5만8000여㎡를 국가로 환수하기 위한 소송을 지난 6월부터 진행 중이다.
검찰이 나라 땅 찾기에 나선 것은 광복 후 혼란을 틈타 국가의 재산이 돼야 할 땅을 민간이 불법으로 가로챘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인 소유 토지는 1949년 귀속재산처리법을 근거로 국가로 소유권이 넘어왔다. 그러나 광복 후 한국전쟁 등 혼란기를 겪으면서 토지대장들이 누락 또는 소실됐고 이러한 사실을 이용해 민간인들이 불법으로 소유권을 등기 이전했다.
검찰 특별송무팀은 조달청으로부터 ‘국유화 조사 대상 토지’ 자료를 받아 추적했다. 최초 소유자와 이후 소유자의 취득 과정을 확인한 후 일제강점기 거주했던 일본인 명단과 토지의 소유주가 일치하면 환수대상에 포함시켰다.
강릉=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
전국 최대 규모 옛 일본인 토지 국고 환수 판결
입력 2017-09-19 18:40 수정 2017-09-19 2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