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곽팀장 구속영장 번번이 기각, ‘댓글’ 민간인 수사 난항

입력 2017-09-20 05:00
국가정보원 댓글 공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국정원 직원과 민간인 사이버외곽팀장 간 공모관계 입증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외곽팀장들의 구속영장이 번번이 법원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9일 사이버외곽팀장으로 활동한 송모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보수단체 간사였던 송씨는 2009∼2012년 하부 팀장 5∼6명과 수백명의 팀원을 두고 댓글 공작을 벌인 혐의(국정원법·공직선거법 위반)를 받고 있다. 송씨가 활동비로 받아간 국정원 예산만 10억원이 넘는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송씨가 피라미드식 댓글 부대를 운영하는 등 국정원에서 수사 의뢰한 외곽팀장들 중에서도 범죄 혐의가 중하다고 판단, 자신 있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오 부장판사는 “공무원 범죄인 이 사건 범행에서 피의자가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 수사 진행 경과 등에 비춰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과 송씨 간 공모 관계 수사가 아직 미진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국정원의 수사의뢰로 시작된 이번 수사의 핵심 과제는 국정원과 연계된 외곽팀장들의 불법 활동 및 공범 관계를 규명하는 것이다. 검찰 역시 이 부분에 초점을 두고 수사 의뢰된 48명에 대한 조사를 벌여왔다. 현재 80% 가까이 진행됐다.

이처럼 국정원 외부 민간인들로 수사가 뻗어가고 있지만 가벌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한 핵심 외곽팀장들의 신병 확보에 계속 실패하면서 검찰도 난감한 입장이다. 검찰은 이날 송씨 영장에 대한 법원과의 시각차에 대해 “송씨가 거느린 외곽팀 규모나 기간, 활동비를 받은 부분에 대해 법원이 달리 판단한 건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검찰 관계자는 “우린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봤고 법원은 그 판단을 달리 한 거라고 보는 게 정확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민간인 외곽팀장 구속수사엔 실패했지만 검찰은 사이버외곽팀 책임자로 지목된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의 신병 확보엔 성공했다. 검찰은 이번 주 중 민 전 단장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다음 주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소환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