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글래디에이터’로 인권토론… ‘통합사회·과학’ 뭘 배우나

입력 2017-09-19 18:49
19일 공개된 고교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교과서. 국민일보 기사를 인용해 드론과 인공지능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빅뱅이론과 이육사의 시 ‘광야’를 연결 지은 교과서도 있었다(아래 왼쪽).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소재로 인간을 대하는 태도를 묻는 통합사회 교과서(아래 오른쪽).
교육부 직원들이 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공부할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교과서를 보고 있다. 뉴시스
내년 도입되는 새 교육과정(2015 개정 교육과정)에 쓰일 교과서가 19일 공개됐다. 초등학교 8책 56도서, 중학교 30책 259도서, 고교 375책 786도서다. 책은 교과서의 종류, 도서는 교과서의 수를 말한다. 예컨대 통합사회 교과서를 5개 출판사에서 냈다면 1책 5도서가 된다.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내년에 고교 1학년이 되면 문·이과 구분 없이 배울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교과서는 영화 스포츠 등 연성 소재를 매개로 교과별 융합을 시도해 눈길을 끌었다.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문·이과 통합을 시도하는 새 교육과정의 핵심 과목이다. 사회과학과 자연과학 전반을 아우르고 있어 수업과 평가 방식에 따라 학습 부담은 달라질 전망이다.

영화로 배우는 인권

통합사회 교과서 가운데 A출판사는 인권보장과 헌법이란 단원에서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다뤘다. 로마 시대를 배경으로 주인공 막시무스가 장군에서 노예로 전락한 뒤 황제에게 복수하는 줄거리를 소개하고 질문을 던졌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인간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고민하고 성찰해 볼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존중받아야 할 존재인가?” 교과서는 학생들이 영화를 직접 본 뒤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이 침해된 장면을 골라 토론하도록 유도했다.

B출판사는 ‘사회정의와 불평등’ 단원에서 오래된 거리가 번성해 임대료가 올라가면서 원주민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다루고, 건물주와 임차인이 상생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도록 했다. 19세기 프랑스 사회의 모습을 영화 레미제라블로 살펴보고, 대학입시 제도도 소재로 삼아 그 속에 담긴 철학과 정의의 기준을 생각해보게 했다. C출판사는 ‘미래와 지속가능한 삶’ 단원에서 국민일보 2016년 9월 6일자 기사를 인용, 드론과 인공 지능의 결합이 미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예측해 보도록 했다.

빅뱅 이론과 시의 만남

통합과학은 지구과학과 화학, 생물 등 기존 과학 과목을 재구성해 하나로 묶었다. D출판사는 물질과 규칙성 단원을 우주 초기의 원소, 무거운 원소의 탄생, 원소와 주기율, 화학 결합의 형성, 화학 결합에 따른 물질의 성질 등의 순서로 구성했다. 기존 과학 과목을 융합해 우리 주변을 구성하는 물질을 공부하도록 했다.

빅뱅 우주론을 설명하면서 고대 그리스 유물을 소개하기도 하는데 “고대 그리스 유물 중에는… 오우로보로스 형상이 있다. 자연의 시작과 변화 소멸을 묘사하는 뱀 모양의 상징…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 나타난 과정을 알려면 그 시작을 살펴보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소개했다. 이육사의 시 ‘광야’ 일부를 발췌해 “우주 탄생의 순간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부분은 태초 순간에 대한 묘사로 생각할 수 있으며”라고 설명했다.

E출판사는 인류 역사를 신소재 개발의 역사라고 정의하면서 신소재가 인류에 언제나 유익한지 토론하도록 이끈다. “오늘날 인류는 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를 거쳐 플라스틱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 전체 플라스틱의 33%는 바다로 떠내려간다고 한다”면서 환경오염 이슈를 건드렸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