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4차 산업혁명 게걸음… 美·日보다 한참 뒤졌다

입력 2017-09-20 05:00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및 투자가 미국 일본 EU(독일 프랑스) 등 선진 주요 국가와 비교할 때 크게 뒤처져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민간 연구·개발(R&D)이나 정부 지원이 특정 분야에 쏠려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이 19일 발표한 ‘4차 산업혁명 기반산업의 R&D 현황 국제 비교’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4차 산업혁명 기반산업 기술평가 종합점수는 77.4점이었다. 4차 산업혁명 선도국인 미국(99.8점) 일본(90.9점) EU(92.3점)와 비교할 때 격차가 큰 반면 우리보다 기술 수준이 낮은 중국(68.1점)과의 격차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5가지 세부 기반산업별 점수를 보면 한국은 반도체, 전자부품, 컴퓨터 및 주변장치 등 디지털 기기를 개발하는 전자 분야에서 가장 높은 79.4점을 얻었다. 이에 비해 컴퓨터 프로그래밍, 데이터 처리, IT 컨설팅, 데이터 처리 등의 IT 서비스 분야 점수는 76.4점으로 가장 낮았다. IT 인프라는 잘 구축돼 있지만 관련 서비스 경쟁력은 떨어지는 셈이다.

산업별 특허등록 건수에선 격차가 더 벌어졌다. 4차 산업혁명 기반산업과 관련해 미국·일본·EU 특허청에 모두 등록된 삼극특허(三極特許) 수는 한국이 750개로 미국(5240개) 일본(5289개)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독일(1127개)에 비해서도 적었고 중국(674개)과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특히 IT 서비스에선 한국(134개)의 특허가 중국(153개)보다도 적었다.

선도국들과 비교할 때 기반산업별 투자 및 지원 편중도 심했다. 한국은 대부분의 투자가 전자 부문에 집중됐고 IT 서비스, 바이오·의료, 통신 서비스 투자는 매우 저조했다. 최대 투자국 대비 투자 비율은 전자(43.1%), 기계장비(25.9%)가 선방했으나 IT 서비스(1.7%), 바이오·의료(2.3%), 통신 서비스(13.1%)는 20%에 미달했다.

한국의 R&D 지원 규모 역시 전체적으로는 높은 편이지만 제조 부문에 집중돼 서비스 부문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4차 산업혁명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모바일 생명공학 로봇공학 등 각 분야 첨단 기술의 융합을 전제로 하는 것임을 감안하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수혜를 충분히 누리기 힘든 구조다.

이재호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요국 대비 R&D 투자가 부진한 IT 서비스, 통신 서비스, 바이오·의료 부문 투자 확대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IT 서비스 부문은 4차 산업혁명의 여러 핵심 요소 기술과 직접 관련된 산업이므로 적극적인 육성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