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재활복지의 뉴패러다임을 찾아서] “장애의 강점 찾아 도움 주는 선진 재활복지 시급”

입력 2017-09-21 00:00
좌담 참석자들은 한국이 장애인 생애주기별 통합관리시스템 체계를 구축해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과 선교를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이준호 교수, 정형석 목사, 한영훈 목사, 김종인 교수. 서울한영대 제공
국민일보와 서울한영대는 행복한 복지국가 조성을 위한 공동캠페인 '선진 재활복지의 뉴패러다임을 찾아서'를 기획, 지난 4월부터 8회에 걸쳐 연재하며 장애인 인식개선운동에 앞장서 왔다. 이번 연재는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한국재활복지의 현주소를 짚은 것을 시작으로 선진 재활복지 의식을 살피고 장애인의 '자립'과 '재활' 융합 시스템을 모색했다. 또 장애인의 자립생활 패러다임과 장애인 고등교육의 새 실천 모형을 제시,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장애인 교육과 재활, 복지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의 관심을 끌어냈고 정치권에서도 큰 반응을 보였다. 이번 연재와 관련, 19일 서울한영대 법인 회의실에서 특별좌담회를 가졌다. 대담에는 한영훈(서울한영대 발전위원회 대표회장) 목사, 이준호(서울한영대 학사부총장) 교수, 정형석(밀알복지재단 상임대표) 목사, 김종인(나사렛대 재활복지대학원장) 교수가 참석했다.

<좌담회 참석자>

한영훈 목사 (서울한영대 발전위원회 대표회장)
이준호 교수 (서울한영대 학사부총장)
정형석 목사 (밀알복지재단 상임대표)
김종인 교수 (나사렛대학교 재활복지대학원장)

△김종인 교수=이번 기획연재에서도 나타났지만 국내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편이며, 장애인 관련 법이나 제도가 선진국에 비해 잘 갖추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아직 후진국에 머물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 강서구 주민들이 특수학교 건립을 반대하자 장애인 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눈물로 호소하는 모습을 언론에서 봤을 겁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특수학교 설립에 대해 ‘집값이 떨어진다’거나 ‘장애인 시설을 혐오시설로 생각한다’고 반대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참담한 현실입니다.

△정형석 목사=정말 가슴 아픈 일입니다. 밀알학교도 20년 전 처음 설립할 때 ‘님비 현상’으로 엄청난 고난을 겪었습니다. 교육 정책이나 여건은 발전해도 20년이 지난 지금도 특수학교 설립 반대의 장면을 봅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 인식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어려움을 이겨낸 밀알학교는 20년간 성장해 현재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유치부, 초·중·고등부, 전공과정에 206명이 다니고 있습니다.

△한영훈 목사=저도 그 기사를 보면서 참 가슴 아팠습니다. 저는 서울맹학교 출신으로 미국 MIT에 유학한 신순규 박사의 사례를 국민일보를 통해 읽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신 박사는 국제 애널리스트로 각광받고 있는 인물인데 만약 한국에 계속 계셨다면 재능이 발굴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장애의 강점을 찾아 개발하고 신장하는 선진재활복지의식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준호 교수=저는 이번 연재를 통해 국내 시청각중복장애인에 대한 교육이나 정책이 전무한 것에 놀랐습니다. 이에 비해 미국은 헬렌켈러센터가 있어 교육의 기회를 보장할 뿐만 아니라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모든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 부러웠습니다. 특히 미국의 시청각중복장애인은 ‘Deaf Blind’라 부르는데 이 명찰을 달고 거리를 지나갈 때 그것을 본 사람이 안내를 해주지 않으면 처벌받도록 되어 있는 것에 놀랐습니다. 선진재활복지와 시민의식의 단면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여겨집니다.

△김 교수=선진재활복지의 뉴패러다임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 창출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중증장애인인 발달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정책 중 미국의 굿윌 모형과 스웨덴의 삼할 모형, 러시아의 동반고용 모형이 소개됐습니다. 저 역시 미국 유학 시절 굿윌스토어 마니아였는데 저렴한 가격에 청바지 신발 가방 등 여러 가지를 사서 쓰다 나중에 귀국할 때 다시 그 물건을 굿윌에 기증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나라에도 굿윌스토어가 도입돼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습니다.

△정 목사=밀알복지재단이 현재 굿윌스토어 5곳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송파 굿윌스토어의 경우 50여명의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 등 발달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3000여개의 굿윌스토어가 지역에 있어 중증장애인 5만명 이상을 고용하는 최대 기업으로 성장해 장애인 고용의 산실이 되고 있습니다. 밀알에서도 향후 100개의 굿윌스토어를 개설해 많은 발달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꿈입니다.

△김 교수=재활복지는 장애인을 섬기는 일입니다. 이것을 바탕으로 궁극적으로는 재활선교를 통한 구원의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장애인선교는 시각장애인의 경우 맹인교회를, 청각장애인은 농아인교회를, 발달장애인은 사랑부·희망부·영광부를 만들어 섬기고 있는데 사실 이러한 교회를 운영하는 곳이 전국 300여 교회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들에게 복음을 전할 기회가 많이 부족해 더 많은 교회가 이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정 목사=맞습니다. 밀알복지재단도 전신이 밀알선교단입니다. 그런데 장애인선교는 프로그램이 전제돼야 가능합니다. 1894년 캐나다 선교사 부인인 로제타 홀 여사가 맹인소녀 오봉례에게 뜨개질 훈련을 시킨 것이 근대 특수교육의 효시인데 결국 장애인선교는 재활과는 뗄 수 없습니다. 지금 밀알에서 국제적으로 하고 있는 재활복지사업도 모두 복음사역과 연계돼 선교적 관점에서 실행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직업재활 시설을 열어 소득을 보장해줌으로써 예수 믿는 사람들로 바뀌는 사례가 있습니다.

△한 목사=미국에서 장애인 차별 금지법인 미국장애인법(ADA) 제정을 주도했던 해럴드 윌키 목사님이 주창한 무장벽운동(Barrier Free Movement)이 생각납니다. 당시 태도의 무장벽, 의사소통의 무장벽, 건축물의 무장벽을 추구하는 교재를 만들어 각 교회에 제공함으로써 교회가 먼저 무장벽운동에 참여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심지어 휠체어가 들어가는 공간을 만드는 설계도면까지 제시하면서 의식계몽에 힘썼고, 특히 워십투게더 운동을 통해 장애·비장애인 공동예배를 통한 통합사회 조성에 이바지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저는 이번 국민일보와의 기획연재를 통해 ‘선진재활복지국민운동본부’ 발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단지 건축물의 무장벽운동을 넘어 접근성과 복음의 무장벽운동이 실현되고 선진재활복지의 뉴패러다임이 복지국가 대한민국에 구현되도록 도움을 줄 생각입니다.

△이 교수=서울한영대는 지난해 재활복지특성화대학을 선포한 뒤 선진재활복지를 학문적으로 더욱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서울지역에서는 유일한 재활상담심리학과, 유아특수재활학과, 재활복지학과 등을 통해 장애인 재활 분야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개발할 뿐 아니라 발달장애인에게도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최근 늘어나는 인터넷·알코올·약물·도박 중독 등 장애인에 대한 치유 상담과 직업재활을 통한 사회복귀의 패러다임도 구축해 나갈 복안을 갖고 있습니다. 곧 발족될 선진재활복지국민운동본부와 더불어 장애인이나 중독자들의 재활복지를 학문적으로 또 실질적으로 구현해 나가고자 합니다.

△정 목사=지방에는 나사렛대와 대구대가 재활복지특성화대학으로 자리 잡았지만 서울지역은 없었는데 늦게나마 서울한영대가 나선 것은 학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국내 재활복지를 담당하고 있는 정부나 민간 기관에서는 앞으로 준비될 재활복지국민운동본부와 함께 장애인·비장애인의 통합 사회와 최근 국제적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장애인 매니지먼트 프로그램 등을 개발해 주길 기대합니다. 그래서 장애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나가는 데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김 교수=최근 미국 영국 캐나다를 중심으로 장애인 매니지먼트 학과가 개설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장애 발생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생애주기별 통합관리시스템의 필요성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국내 발달장애인은 24만명에 이르는데, 이는 장애 인구의 10%에 해당합니다.특히 0∼30세가 54%를 차지해 이들에 대한 장애관리가 요청됩니다. 장애인 생애주기별 통합관리시스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정책적인 어젠다로 설정돼야 할 시점입니다. 아울러 한국 기독교가 장애인 선교에 책임과 사명감을 가지고 동참함으로써 교회 내 장애인 부서를 만들어 작은 자를 섬기고 복음의 통로로 사용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