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제정책의 기본 근간이 밝혀짐에 따라 법인세 인상이 거론되고 있다. 법인세 부담의 경중에는 정치권에 따라 해석이 달라 혼선도 있다. 논쟁의 출발은 최근 여당의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안 제안이다. 현재 법인세 최고구간인 ‘과세표준 200억원 초과’에 대한 세율을 22%에서 25%로 3%포인트 인상하는 안이다. 소득세 경우에도 ‘과세표준 5억원 초과’ 구간에 대한 세율을 현행 40%에서 42%로 인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기저에는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위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반면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 22%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있다. 우리 기업의 법인세 부담은 2014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3.2%로 OECD 회원국 가운데 13위이며, 총 조세 대비 법인세수는 17.5%로 상위 7위 수준이다. 경제규모 및 조세액 기준으로 볼 때 우리 기업은 이미 과도한 부담을 안고 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국내 기업의 해외 유출을 막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이미지 부각에 법인세 인상은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같은 자료를 두고 왜 서로 다른 평가가 나올까. 실제 2016년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22%로 OECD 회원국 평균치인 22.7%보다 낮다. 미국이 35%로 가장 높고 프랑스가 33.3%다. 이런 상위권 국가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최고세율은 낮은 편이다. 그러나 우리보다 경제력이 월등한 영국이나 독일은 각각 20%, 15% 수준으로 우리보다 낮다. 이웃나라인 일본의 경우 23.4%로 우리보다 조금 높다. 반면 경제규모가 비슷한 호주와 멕시코는 각각 30%, 이탈리아는 27.5%인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1970년대 중반 이후 2단계에서 이명박정부 시절 중간 과세표준 구간인 2억∼200억원 구간 신설로 현재의 3단계 구조가 됐다. 동시에 당시 200억원 초과 구간의 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했다. 이로 인해 법인세 실효세율은 2008년 20.5%에서 2015년 16.1%로 지속적으로 하락해 기업의 실질적인 세 부담은 크게 낮아졌다. 따라서 우리나라 법인세는 세율 측면에서 본다면 OECD 회원국 중 높은 편이지만 실효세율 측면에서는 낮은 것이다.
또한 법인세 실효세율은 누진세율 구조로 인해 과세표준 금액이 증가함에 따라 실효세율이 증가하는 것이 원칙이나 과세표준 1000억원 초과 기업의 경우 오히려 감소하는 역전현상이 발생했다. 과세표준 기준 1000억원 이하 기업의 실효세율은 18.8%인 반면 5000억원 이하 기업의 경우 18.7%이다. 특히 과세표준이 5000억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의 실효세율은 16.4%로 과세표준 100억원 이하 기업(16.5%)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5000억원 초과구간의 법인은 22%의 높은 명목세율에도 불구하고 외국납부세액공제, 연구개발(R&D) 비용 세액공제 및 고용창출 투자세액 공제 등 각종 세제혜택에서 높은 감면을 적용받아 실제 세 부담은 규모가 작은 기업보다 낮다.
대기업의 낮은 실효세율 때문에 일부 정치권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상향 조정하여 조세정의 원칙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명박정부에서 법인세율 인하로 투자를 장려하는 등 낙수효과를 기대했으나 대기업의 이윤이 투자보다는 막대한 사내유보 비축으로 경제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많다. 따라서 법인세 최고세율인상 조정은 인상이라기보다 당시 실패한 감세정책을 되돌린다는 방침으로 해석해야 한다.
여당 주장대로 증세가 실현될 경우 정부가 더 걷어 들일 소득세와 법인세는 연간 3조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금액은 공교롭게도 근래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따라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재정지원 규모 4조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결과에 맞춘 셈이지만 대기업이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이 큰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상생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훈훈한 마음이 든다.
남준우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경제시평-남준우] 법인세 인상 논쟁
입력 2017-09-19 17: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