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략자산 출격주기 짧아져 ‘한국 상시배치’ 효과

입력 2017-09-19 05:00
한국 공군 F-15K 전투기 4대(왼쪽 위)와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국 전략폭격기 B-1B 랜서 2대(오른쪽 위), 미국 스텔스전투기 F-35B 4대가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F-35B 전투기와 B-1B 폭격기는 군사분계선(MDL) 인근까지 북상했다. F-35B가 북한 인근 상공까지 비행한 것은 처음이다. 공군 제공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여야 의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송 장관은 3축 체계 완성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미국 전략자산이 또 다시 한반도에 출격했다. 이번에도 실무장 폭격을 했으며 이례적으로 군사분계선(MDL) 인근 상공까지 북상했다. 강력한 대북 경고의 상징적인 조치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18일 “미 전략자산인 B-1B 폭격기 2대와 스텔스 전투기 F-35B 4대가 한국공군 F-15K 4대와 실무장 폭격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죽음의 백조’로 알려진 B-1B와 F-35B, F-15K가 함께 폭격훈련을 실시한 것은 지난달 31일 이후 18일 만이다. 특히 F-35B가 북한 최근접 지역인 MDL 인근 상공까지 비행한 것은 처음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한·미의 강력한 대응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괌에서 이륙한 B-1B와 일본 이와쿠니 미군기지에서 출격한 F-35B는 동해상에서 합류해 강원도 태백 필승사격장에서 합동직격탄(JDAM)과 MK-84 폭탄을 투하했다. 한·미 전투기들은 북상해 MDL 인근을 따라 서쪽 동두천 상공까지 비행한 뒤 동해상으로 빠져나갔다. B-1B와 F-35B는 앞서 일본 규슈 상공에서 항공자위대 F-2 전투기와 미·일 연합훈련도 실시했다.

앞으로 B-1B는 한 달에 2번 한반도에 출격해 폭격훈련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B-1B와 같은 미국의 전략자산이 정례적으로 출격해 훈련하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출격주기가 2주에 한번으로 짧아진 것은 ‘상시 배치’에 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고조에 따른 조치로 사실상 상시배치로 봐도 된다”고 말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미국으로부터 북한의 핵무기 등에 대응할 전략자산을 상당히 얻어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송 장관은 “미 국방장관, 전략사령관, 태평양사령관, 한미연합사령관에게 많은 것을 확인했고, 받아냈다”며 “그 내용을 여기서 공개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북한이 전술핵을 쓰면 자신들이 무너지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억지력을 가질 수 있도록 미국의 전략자산 상시 순환배치를 요구했다”고도 했다.

송 장관은 이어 자신의 전술핵 재배치 발언과 관련해 “북한이 수소탄과 같은 위력이 있는 무기를 실험한 후 국방장관으로서 모든 방안을 다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라며 “그것을 지렛대로 미국의 핵확산 억제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얘기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전략자산을 얻기 위한 도구로 전술핵 재배치 검토 가능성을 언급했고, 성과도 있었다는 것이다. 송 장관은 국민 불안감 해소를 위해 오는 28일 국군의 날 행사에서 우리 군이 보유한 전략무기를 모두 공개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국방부는 이달부터 10월까지 한반도 주변에서 한·미 간 합동군사훈련을 강화하겠다고 보고했다. 한·미·일 미사일 경보훈련도 계획돼 있다. 10월에는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를 비롯한 항모강습단이 한반도 해역에 전개돼 우리 해군과 연합훈련을 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중국과 러시아 해군은 동해와 오호츠크해에서 해상 합동훈련을 시작했다. 훈련에는 러시아와 중국 군함 11척, 잠수함 2척, 군용기 8대 등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뤄진 이번 훈련은 한국과 미국의 사드(THAAD) 배치 및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동시에 견제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웅빈 기자,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imung@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