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의 이슬람 소수민족 로힝야족 유혈 사태는 북핵 문제와 함께 올해 유엔총회의 핵심 이슈가 됐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25일 로힝야족 무장단체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The Arakan Rohingya Savation Army)’이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州)의 경찰 초소 수십 곳을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미얀마군은 ARSA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소탕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1000여명이 숨졌고, 로힝야족 43만명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ARSA가 지난 9일 한 달간 휴전을 선언했지만 미얀마 정부가 거부하면서 난민사태는 계속 악화되고 있다. 영국 BBC방송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이번 사태의 도화선이 된 ARSA의 무장투쟁을 전하며 “수세대에 걸쳐 국적도 없이 억압과 폭력에 시달렸던 로힝야족의 젊은이들이 급진화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ARSA는 2012년부터 생겨나기 시작했다. 당시 로힝야족의 불교도 여성 성폭행 살인사건으로 로힝야족 수백명이 학살당하고 10만여명이 난민이 돼 바다를 떠돌았지만 주변 국가의 외면을 받자 젊은층을 중심으로 무장 반군 결성 움직임이 나타났다. 국제분쟁 전문 연구기관인 국제위기그룹(ICG)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ARSA가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 있는 ‘로힝야 망명자 위원회’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ICG는 ARSA 사령관을 자처하는 아타울라 아부 암마르 주누니가 파키스탄 카라치의 로힝야족 이주자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현대 게릴라 전술 훈련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등지에서 게릴라전 경험을 쌓은 20여명의 남성이 2년 넘게 수백명의 로힝야족에게 무기사용법과 사제폭탄 제조기술 등을 전수한 증거가 나왔다고 ICG는 설명했다.
그러나 아무리 훈련을 받았다 해도 ARSA의 경찰 공격은 무모했다. 무장단체라고는 하지만 막대기와 칼이 무기의 대부분인 ARSA가 총을 겨누는 미얀마군에게 당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미얀마군의 토벌작전으로 끊임없이 살해와 성폭행, 추방 등을 경험한 로힝야족으로서는 달리 선택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ARSA 배후에 있는 이맘(이슬람 사제) 나지르 호사인은 NYT에 “지난달 24일 나를 찾아온 ARSA 조직원들에게 물러나지 말라고 강조했다”면서 “죽음에 맞서 싸우지 않으면 군이 와서 그들의 가족과 아이들을 죽여버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ARSA가 앞으로 국제테러 조직에 의해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달 초 테러단체 알카에다는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로힝야족을 고립시킨 주변국에 대한 공격 개시를 촉구했다. 또 중동에서 입지가 줄어든 이슬람국가(IS)가 로힝야족 인종청소 논란을 앞세워 미얀마에 대한 성전을 잇따라 주장하고 있다. 이슬람 무장세력을 연구하는 알리 리아즈 일리노이주립대 정치학 교수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민주주의와 민족주의 움직임이 어떻게 초국가적인 테러단체들에 의해 조종받는지 목도해 왔다”며 “집단적인 불만과 절망은 급진화를 심화시키는 재료가 된다”고 말했다.
인권단체 포티파이라이츠 공동설립자 매슈 스미스는 “로힝야족의 극단주의와 급진화 위험을 다루는 최선의 방법은 미얀마 군대가 저지르는 폭력이 아니라 로힝야족의 권리를 존중하고 증진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깊이읽기] 로힝야 젊은이들 왜 반군이 됐나… 불교국가서 탄압받는 무슬림의 보복전
입력 2017-09-19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