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秋… 김명수 임명동의안 표결 일단 ‘청신호’

입력 2017-09-19 05:02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서하리 마을회관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의 야당 비판 발언에 대한 유감 표명을 하기 전에 머리를 가다듬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의 ‘투톱’이 국민의당 앞에 머리를 숙였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보수야당이 여전히 ‘절대 불가’ 당론을 고수하는 데다 국민의당 역시 자유 표결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8일 경기도 광주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부결 직후 저의 발언으로 행여 마음이 상한 분이 계시다면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며 “시대 과제와 국민 바람이 무엇인지 잘 알기에 유감 표명에 머뭇거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자신의 지난 12일 ‘뗑깡’ 발언으로 국민의당이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에 협조를 일절 거부하자 ‘대의’를 위해 사과하겠다는 것이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찾아가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부결 직후 격분한 나머지 과도한 표현을 한 데 대해 국민의당에 유감이고,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우 원내대표는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도 만났다.

민주당 사령탑의 ‘동시 사과’는 민심을 이용해 야권을 압박하겠다는 심리적 측면이 큰 것으로 보인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우리 당 지도부가 사과까지 한 상황에서 국민의당이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의 ‘오더’는 없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전날 메시지를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추 대표와 우 원내대표의 사과로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본회의 표결 자체에는 일단 청신호가 켜졌다. 김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추 대표의 사과가) 대단히 미흡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와 별개로 김 후보자 인준 관련 절차 협의에는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도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하면 표결에 참여한다는 것이 저희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믹타(MIKTA·중견 5개국) 국회의장회의 참석차 예정됐던 19일 출국 일정을 연기했다. 여야 합의가 이뤄지면 언제든 본회의를 열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제2의 김이수 사태’가 재연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보수 야당은 김명수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표결에 참석해 부결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정 원내대표는 “우리 당론은 (김 후보자 임명) 불가에서 변화가 없다”고 못 박았고, 바른정당도 반대 기류가 분명하다. 민주당(121석)과 군소정당·무소속(9석)이 전원 찬성표를 던져도 130표에 불과하다.

이번에도 ‘캐스팅보트’ 역할을 맡게 된 국민의당은 19일 오후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문제를 놓고 의원총회를 열 계획이다.

국민의당은 김이수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 때와 마찬가지로 두세 차례 당내 토론을 거친 뒤 자유투표를 한다는 방침이어서 표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한 의원은 “안철수 대표가 취임 이후 거듭 문제 삼았던 사법부 독립성 확보 문제가 이번 표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이 반대표에 기울 것이란 관측이다.

반면 다른 의원은 “헌재소장에 이어 대법원장 후보자까지 낙마시킬 경우 호남 민심이 악화될 수 있다. 이번에는 찬성 쪽으로 기울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안 대표는 김명수 후보자 인준과 관련해 “사법부 독립에 적합한 인사인지, 균형감을 갖춘 후보자인지가 판단 기준”이라는 원론적 입장이다.

최승욱 김경택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