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 도시재생으로 50년 만에 재탄생

입력 2017-09-19 05:00
세운상가가 오랜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 50년 만에 4차 산업혁명 혁신지로 재탄생한다. 서울시는 19일 오후 다시세운광장에서 박원순 시장과 기술장인, 입주기업, 시민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장 행사를 열 예정이다. 상인과 시민들이 18일 오전 새롭게 단장한 3층 보행로를 걷고 있다. 뉴시스

세운상가가 50년 만에 다시 태어났다. 세운상가군에 속한 6개 상가를 연결해 종묘에서 남산에 이르는 보행축으로 만들고, 창의제조산업의 거점으로 조성하는 ‘다시·세운 프로젝트’를 추진해온 서울시는 18일 “세운상가와 대림상가를 잇는 1단계 사업을 마무리하고 19일 시민개장행사를 갖는다”고 밝혔다.

1967년 세운상가, 현대상가를 시작으로 1972년까지 청계상가, 대림상가, 삼풍상가, 신성상가, 진양상가가 건립되면서 세운상가군은 전기·전자부품산업의 중심이자 도심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강남 등 도시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세운상가는 쇠퇴의 길을 걷게 됐고 도심의 흉물로 변해갔다. 1979년에 이미 철거계획이 수립됐지만 30년 넘게 재개발이 지연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4년 도심의 보행로를 늘리고 낙후된 세운상가 일대를 부활시키기 위해서 세운상가를 철거하는 대신 재생하기로 결정했다. 3년6개월의 재생사업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다시 세운’은 ‘서울로 7017’에 이은 또 하나의 ‘박원순표 도시재생’ 작품이다.

세운상가∼청계상가∼대림상가의 3층 양 날개에는 500m 길이의 보행로가 생겼다. 청계천에 가로막힌 세운상가와 대림상가를 잇는 58m의 ‘다시세운보행교’도 개통됐다. 서울시는 “입체보행네트워크는 ‘다시 세운’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관광객 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때 60%에 이르던 청계상가 3층의 공실률은 최근 20%까지 줄었다. 세운상가 운영을 지원하는 곽동근 메타기획컨설팅 프로젝트 매니저는 “스타트업은 물론 상가를 떠났던 이들도 돌아오고 있다”며 “보행로가 대림상가에서 끊겼는데 앞으로 남산까지 연결된다고 하니 더 큰 효과를 볼 것 같다”고 말했다.

남산까지 이어지는 2단계 구간(삼풍상가∼진양상가∼남산순환)은 내년 중 착공해 2020년 준공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는 삼풍상가 입주기업들이 보행로 연결을 반대하고 있다”면서 “세운상가가 성공하면 민원이 누그러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거 전자상가로서의 정체성도 되살아날지 주목된다. 상가 3층 보행로 위에 스타트업 창작 공간 ‘세운 메이커스 큐브’가 새로 조성됐다. 지능형 반려로봇을 만드는 기업 ‘서큘러스’, 장애인을 위한 저비용 전자의수 제작업체 ‘만드로 주식회사’ 등 17개 스타트업이 메이커스 큐브에 입주했다.

스타트업이 들어오면서 기존 입주 상인들과의 아이디어 교환도 활발해지고 있다. 세운상가 내 협업을 지원하는 강원재 OO은대학연구소 소장은 “장인들은 자기 분야가 확실해 그동안 새 시도가 적었다”며 “입주기업이 의견을 제시하니까 새로운 프로젝트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