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1일 오전 3시3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그는 임기 중 처음으로 탄핵된 데 이어 구속까지 되는 대통령이 됐습니다. 그를 실은 서울구치소행 검은 승용차 근처에서 메모하던 저의 손이 떨렸습니다. 제가 전율한 것은 이른 봄 새벽의 한기 때문만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1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박 전 대통령 재판 70회를 꼬박꼬박 지켜봤습니다. 그는 '예', '아니요' 외에 단 한 차례도 목소리를 내지 않았습니다. 그의 무표정과 냉정함이 익숙할 때도 됐지만 여전히 낯섭니다.
기나긴 법정 공방을 노트북에 받아 치고, 잠을 쫓으며 수천 쪽의 기소장과 판결문을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형태조차 안 보였지만 어떤 윤곽이 갈수록 뚜렷해졌습니다. 그것은 한국 정치의 실상,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권력의 민낯이었습니다.
저희들이 모은 조각조각 '사실(fact)'들의 단순한 합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진실은, 역사의 향방은, 현장을 지켜보고 꼼꼼히 기록하는 자들의 행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믿습니다.
창간 30주년을 앞둔 국민일보가 겸손한 자세와 도전정신으로 역사의 현장을 지킬 젊은 심장을 기다립니다.
[알림] 국민일보가 인재를 찾습니다
입력 2017-09-18 17:47 수정 2017-09-18 2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