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측이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논란에 이어 KBS에서는 국가정보원이 인사에 직접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노조)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부노조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010년 이명박정부 당시 청와대 지시로 국정원이 KBS ‘좌편향 인사 리스트’를 작성하고 목록에 등재된 간부 PD 기자를 퇴출하거나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실력을 행사했다는 국정원 보고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지난 11일 발표한 내용 중 2010년 5월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의 지시로 만들어진 ‘KBS 조직개편 관련 좌편향 인사 여부’ 문건이라고 본부노조는 설명했다. 이 보고서에는 ‘좌편향’으로 낙인찍은 기자 PD 간부에 대한 인사 개입을 지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본부노조는 “국정원은 KBS 사찰을 통해 ‘좌편향’으로 낙인찍은 기자와 PD 20명의 이름과 성향을 분석하고 퇴출을 주도했다”며 당시 KBS PD들의 이름과 행적, 그에 대한 평가를 적은 국정원 보고서 일부를 제시했다. 한 예로 ‘○○○ 취재파일 4321 부장은 정연주 전 사장을 추종하는 인물로 새 노조를 비호하고 반정부 왜곡보도에 혈안’이라는 문구가 보고서에 적혀 있다. 해당 기자는 이날 기자회견에 나와 “관련 아이템을 굉장히 드라이하게(객관적으로)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반정부 왜곡보도의 사례로 제시됐다”며 “이후 국장이 갑자기 날 부르더니 ‘너 다른 데 가야겠다’고 해 뚜렷한 이유 없이 부서를 옮기게 됐다”고 인사 불이익을 증언했다.
본부노조는 또 “국정원은 간부 개인에 대한 성향 분석뿐 아니라 KBS 내부에서 배제해야 할 집단의 기준을 정한 뒤 ‘KBS의 사원행동, KBS본부노조 조합원, 편파 방송을 했던 자는 배제하라’고 지시했다”며 국정원의 적극적인 인사 개입을 고발했다. 국정원은 당시 정부 정책에 동조하지 않는 간부를 ‘무소신 간부’로 분류하고 보직 변경을 주문하기도 했다. 본부노조는 “당시 김인규 KBS 사장은 구성원들의 반발을 억누르고 ‘추적 60분’ 등 시사프로그램을 보도본부로 강제 이관해 제작 자율성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당히 구체적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KBS 내부 협조자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는 수준”이라며 2010년 2월까지 보도국장을 지내다 승진한 현 KBS 사장 관련성을 제기했다. KBS 사측은 이에 대해 “의혹 제기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글=강주화 권준협 기자 rula@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MB국정원, KBS 인사에 직접 개입”
입력 2017-09-18 18:22 수정 2017-09-18 2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