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개 치매안심센터서 1대1 맞춤지원… 중증은 공립요양병원

입력 2017-09-18 22:21
치매안심사회를 향해 정부가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 18일 발표된 치매국가책임제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치매 예방부터 조기 진단, 상담·사례 관리, 의료지원까지 종합지원체계 구축 계획을 담고 있다.

252개 치매안심센터서 맞춤형 지원

대기업을 퇴직한 A씨(70)는 5년 전 대학병원에서 인지 및 뇌영상 검사를 받았다. “아직 치매는 아니지만 경도인지장애(치매 전 단계)가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치매로 진행되지 않을까 걱정되고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도 막막하다.

A씨는 앞으로 가까운 치매안심센터에서 1대 1 맞춤형 상담과 사례 관리, 조기 검진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치매안심센터는 오는 12월부터 전국 252개 보건소에 설치된다. 센터 안에는 치매 환자가 3∼6개월 이용 가능한 단기 쉼터와 가족의 정서 지지를 위한 치매카페가 만들어진다. 센터는 진단 결과와 상담 내역을 새롭게 개통될 ‘치매노인등록관리시스템’에 올린다. 환자가 주소를 옮겨도 다른 센터에서 계속 지원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야간에는 핫라인(치매 상담콜 1899-9988)을 이용할 수 있어 24시간 상담도 가능하다.

치매 돌봄 특화시설 2022년까지 확충

전남의 한 섬에서 88세 아내와 살고 있는 치매 환자 B씨(91)는 최근 헛것을 보고 집 밖을 배회하는 일이 잦아졌다. 부인이 혼자 돌보기에 힘이 부친다. 섬이다 보니 자녀가 자주 찾아오기 힘들고 주변에 장기요양시설도 없어 가족 걱정이 크다.

B씨는 치매노인 돌봄에 특화된 치매안심형 시설에서 지낼 수 있다. 일반 시설보다 요양보호사가 더 많이 배치되고 치매 맞춤형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정부는 활동성 강한 경증 치매노인이 주로 이용할 주·야간보호시설(현재 9곳)과 중중 치매 노인을 위한 치매안심형 입소시설(현재 22곳)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확충키로 했다.

중증 치매는 공립요양병원으로

C씨는 알츠하이머 치매를 진단받은 지 2년이 된 70세 어머니와 살고 있다. 지난 설에 어머니는 다른 자녀들이 인사를 오지 않자 폭언하며 C씨를 때렸다. “너희가 짜고 나를 정신병원에 보내려고 한다”고 소리치며 공격성을 보이는 어머니 때문에 큰 좌절감을 느꼈다.

C씨처럼 불안 폭력 폭언 등 이상행동 증상(BPSD)이 심해서 시설이나 가정에서 돌보기 어려운 중증 치매 환자는 전국적으로 확충될 치매안심요양병원을 통해 집중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전국 15개 시·도내 79개 공립요양병원에 치매안심병동(3700병상)을 설치키로 했다.

66세부터 2년마다 무료 검사

70대 중반의 D씨는 1∼2년 전부터 은행거래를 하면서 실수를 하고 익숙한 길에서 헤매는 등 인지저하 의심 증상이 나타났다. 가족은 병원 검진을 제안했지만 자존심 강한 D씨는 병원 검사를 거부하고 있다. D씨는 앞으로 정부가 시행하는 66세 생애전환기 국가검진을 통해 2년에 한 번씩 무료로 인지장애 검사를 할 수 있다. 검진 시기를 4년에서 2년 주기로 단축한다. 여기서 치매가 의심되면 치매안심센터로 연결돼 지속 관리를 받을 수 있다.

치료비 부담도 줄어든다.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라 20∼60% 수준이었던 중증치매 환자의 의료비 본인부담률이 다음 달부터 10%로 인하된다. 치매 조기 선별을 위한 종합 신경인지검사와 MRI 검사도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치매가족 휴가제와 치매노인 실종예방사업, 치매노인 공공후견제도 등도 이뤄진다.

“적용 대상, 시기 구체성 떨어져” 우려

3개월 만에 나온 치매국가책임제의 세부 정책 일부에서 구체성이 떨어져 정책 이행이 제대로 될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복지부는 치매안심형 시설 확대 방안을 발표했으나 구체적 시기와 신규 설치 시설 개수 등은 미정으로 남겨뒀다. 가장 큰 관심사인 치매 장기요양비의 본인부담금 경감 혜택 대상을 늘리는 방안도 현재(중위소득 50%이하)보다 확대한다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못했다. 가벼운 치매 증상을 겪는 환자까지 챙기기 위해 장기요양보험 6등급을 신설키로 했으나 혜택을 받게 되는 환자의 규모, 지원 정도 등은 재정 상황을 고려해 논의키로 했다.

치매 환자 가족의 경제적 부담 완화를 위해 세부항목으로 제시된 식재료비 급여화, 재가 환자 기저귀 지원 등도 마찬가지다. 기저귀 값의 경우 기존 복지 용구(정부가 환자의 일상생활을 위해 지원하는 용구)와 마찬가지로 본인부담 15% 수준에서 지원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기요양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이 돼야 한다. 시기도 미정이다.

치매안심센터 252곳(현재 47곳) 확대도 정부 발표와 달리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이날 공개한 ‘시도별 치매안심센터 설치·운영 이행계획’ 자료에 따르면 전체의 8.5%에 불과한 18곳만이 연내 설치될 예정이다. 80곳은 내년 상반기, 102곳은 내년 하반기까지 설치 계획을 밝혔다. 전남 광양시는 2019년에 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민태원 최예슬 기자 twmin@kmib.co.kr, 그래픽=전진이, 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