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사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남북 간 대화채널 단절이 장기화되는 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남북은 현재 판문점에서 핸드마이크나 육성으로 간단한 의사를 전달하는 것 외에는 다른 소통 수단이 없는 상태다.
정 실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발행된 독일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는 북한과 대화채널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군사적으로 하급 지휘선에서 오해가 발생하면 긴장이 갑자기 고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남북 간 통신 채널은 남북연락사무소와 남북적십자회담 연락사무소, 군 통신선 등 세 종류다.
북한은 지난해 2월 박근혜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에 대한 보복 조치로 통신 단절을 통보했다.
북한에 의사를 전달하려면 유엔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의 협조를 얻을 수밖에 없다. 우리 측 연락관이 군정위 관계자와 함께 군사분계선(MDL) 근처에 다가가 육성이나 핸드마이크로 통보하는 식이다. 북측에서도 관계자가 나와 수첩에 받아 적거나 캠코더로 찍어 상부에 보고한다.
그동안 남북이 실시간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단이 없어진 것에 대한 우려는 많았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극도로 고조됐을 때 상대방의 의도를 잘못 해석하는 일이 발생하면 국지전이나 전면전이 벌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2002년과 2003년 남북이 서해와 동해에 군 통신선을 개설한 것도 우발적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문재인정부가 지난 7월 남북적십자회담과 군사회담을 북한에 제안하면서 “판문점 적십자 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으로 회신하라”고 요구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설령 북한이 ‘회담 제안을 거절한다’는 입장을 보내더라도 남북 간 통신 채널이 복원된 것만큼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북한은 이런 우리 측 의도를 간파한 듯 지금까지 응답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통신선 자체를 물리적으로 끊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 측 판문점 연락관들은 지금도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4시 두 차례 통화를 시도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전화 신호음을 들어보면 선은 지금도 연결돼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북측 연락관들이 전화를 받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해 군 통신선 역시 같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해 군 통신선은 2011년 화재로 시설이 소실된 후 지금까지 복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언제든 자신들 필요에 따라 통신을 복원해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북한은 서해 군 통신선을 통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자”며 남북군사실무회담 제안을 해온 적이 있다. 우리 국방부는 “북한의 비핵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거절 입장을 역시 서해 군 통신선으로 보냈다.
정의용 실장은 현재 한반도 정세와 관련, “한·미·일은 2차 한국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북한과의 협상 조건과 관련해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멈추지 않는다면 협상을 시작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심각한 도발을 여러 차례 감행했다. 북한이 올바른 길을 선택하지 않으면 우리도 북한이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울 수 없음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은 문동성 기자 jse130801@kmib.co.kr
정의용 “남북, 긴장고조 상태서 오해로 인한 충돌 가능성 커”
입력 2017-09-19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