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지금 족보도 알 수 없는 남의 집 아이입니다. 이것을 호적에 올리겠다는 것 같은데… 그동안 우리가 수십년간 키워온 검찰이라는 친자가 있습니다.”
지난 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등 검찰개혁 방안 공청회에서는 공수처 신설 논리를 바라보는 검찰의 솔직한 심경이 토로됐다.
부패방지 시스템이 강화돼야 한다는 명분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여론에만 기대 새로운 사정기구를 만드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는 게 검찰의 일관된 항변이었다. 공수처도 검찰을 향한 비판여론과 마찬가지로 정치적으로 취약할 수 있고 자칫 ‘옥상옥’ 구조를 낳을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무엇보다 수사권 이원화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관측이 많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 등이 발의한 공수처 법안은 제16조에서 “수사처의 범죄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기관의 범죄수사는 수사처로 이첩해야 한다. 다만 처장은 다른 기관이 수사·공소제기 및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그 다른 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고 했다. 18일 법무부의 권고안에서도 이처럼 공수처가 검·경에 우선해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를 관할토록 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하지만 공직비리는 민간비리와 얽혀 복잡한 구조와 양상을 보일 때가 많다. 공수처가 신설되면 이런 경우 어떤 형태로 수사가 진행될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업의 비위가 공직자 뇌물과 연관될 때, 그간 검찰 등 수사기관은 공여자인 민간인을 조사한 뒤 고위 공직자의 혐의를 확인하는 방식을 택해 왔다. 그런데 현재 추진되는 공수처의 법안과 권고안으로는 실제 사건이 불거졌을 때 수사의 구획 문제로 혼선과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사건 연루자들이 자신의 혐의에 대한 관할은 공수처에 있다거나, 반대로 공수처에 없다고 주장하며 해당 기관의 소환에 불응할 경우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권고안을 마련한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공범관계에 있는 등 필요한 경우 기업의 범죄도 수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개혁위는 검찰 수사가 무르익었을 때 갑자기 사건의 관할을 주장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디까지나 다른 수사기관과 갈등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경쟁 구도 속에서 협력하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공수처가 검찰개혁의 본질일 수 없다”는 공수처 반대 논리 속에는 “과연 공수처라 해서 외풍에 취약하지 않겠느냐”는 시선도 담겨 있었다. 박 의원 등의 법안에는 ‘국회 재적의원 10분의 1이상의 연서로 수사요청이 있는 때’ 수사권의 발동이 이뤄진다는 내용이 있다. 수사권 발동을 국회가 결정할 수 있게 한 점은 삼권분립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는데, 이날 법무부 권고안에서는 빠졌다.
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민간인 얽힌 비리는? 외풍은?… 檢, 공수처에 불편한 속내
입력 2017-09-19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