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우선권 갖는 ‘檢 위의 劍’ 공수처… ‘셀프수사’ 원천봉쇄

입력 2017-09-18 18:13 수정 2017-09-18 21:12
한인섭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18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안을 발표하고 있다. 최대 122명의 수사 인원을 갖추고 고위 공직자 범죄 수사의 우선권을 갖는 방안이다. 곽경근 선임기자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18일 공개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권고안은 결국 검찰 권력 견제에 방점을 두고 있다. 그간 검찰이 해왔던 고위 공직자 범죄의 수사 및 공소 담당 역할을 공수처가 가져오면서 검찰의 수사 영역을 축소했고 검찰 비리 수사 역시 공수처가 맡으면서 검찰의 ‘셀프 수사’를 원천적으로 제한했다.

개혁위 권고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검찰과 동등한 역할과 권한을 갖는다. 공수처 권고법안 16조는 공수처 검사의 직무에 대해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군사법원법 그 밖의 법령 중 검사와 군검사의 직무와 권한에 관한 규정을 공수처 검사에게 준용한다’고 규정했다. 검찰이 갖고 있던 수사권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모두 갖는다는 뜻이다.

여기에 다른 수사기관보다 수사 우선권을 갖고 있어 사실상 영향력은 검찰을 뛰어넘는다. 개혁위는 수사 경쟁 체제라고 했지만 고위 당직자의 범죄와 관련해서 공수처 일원화에 더 가깝다. 권고안은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 공직자 범죄 수사에 착수하면 지체 없이 그 요지를 공수처장에게 통지토록 했고, 공수처장이 이첩을 요구할 경우 검찰과 경찰 등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의무적으로 응하도록 했다. 다른 기관이 공수처와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더라도 해당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해야 한다.

수사 범위도 개혁위는 고위 공직자 개념을 넓히고 이들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형제자매까지 수사 대상을 확대했다. 퇴직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도 포함됐다. 검사 또는 경무관급 이상 경찰공무원이 범한 모든 범죄도 공수처가 수사한다. 검사가 비리를 저질렀을 경우 검찰이 스스로 수사하고 기소를 결정하기 때문에 봐주기 수사가 빈번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개혁위는 공수처를 인사·예산 등에서 최대한 독립을 보장받는 독립기구로 명시했다. 공수처장 임기는 3년 단임이며, 15년 이상 법조경력자 또는 변호사 자격을 가진 법학교수 가운데 국회 소속 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지명한다. 역시 3년 단임인 차장은 처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개혁위는 공수처에 처장과 차장, 30∼50명의 검사, 50∼70명의 수사관 등 최대 122명의 순수 수사 인력을 둘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국회에 계류된 3건의 공수처 법안 중 가장 많은 검사 수를 규정한 박범계·이용주 의원 안(최대 20명의 특별검사)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서 특별수사를 도맡는 3차장 산하 검사 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검사는 임기 6년으로 연임이 가능하다.

개혁위 방안은 권고 형식이지만 법무부는 이를 최대한 반영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공수처 안이 국회 문턱을 통과하는 데는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이 공수처 신설 자체를 반대하고 있고 그간 찬성 입장을 보여 온 국민의당 역시 “청와대에 예속된 별도 수사기관으로 작동할 우려가 있다. 충분한 견제장치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태도로 돌아섰다.

글=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