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 번 해보자. 이길 수 있다.”
롯데 자이언츠는 올 시즌 개막 이후 지난달 3일까지 47승 51패 2무(승률 0.480)로 7위에 그쳤다. 전날까지 3연패에 빠졌다. 롯데는 이번에도 봄데(봄에만 성적이 좋다고 붙여진 별칭)에 그치는가 싶었다. 그런데 하루 뒤인 지난달 4일 넥센 히어로즈전을 기점으로 롯데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이후 약 한 달 보름간 28승 10패(승률 0.737)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며 ‘진격의 거인’으로 변신했고 가을야구를 사실상 확정지었다. 올 시즌 롯데 상승세의 터닝포인트는 바로 이날 발생했다. 도대체 넥센전에서 롯데선수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지난달 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전. 믿었던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은 1회초에만 5점을 내주며 흔들렸다. 4연패가 오는 것인가 하는 불안감이 선수 및 팬들에게 엄습했다.
그때 주장 이대호가 덕아웃에 있는 선수들에게 외쳤다. “마! 우리 함 해보자!” 이대호는 솔선수범했다. 팀이 1-5로 뒤지던 3회말 투런포를 쏘아 올리며 추격을 주도했다. 조원우 감독도 “경기 끝난 거 아니다. 포기하지 말자. 우린 할 수 있다”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홈에서 더 이상 무력하게 질 수 없다는 독기가 선수들에게 이심전심으로 올라왔다. 타선은 몰아쳤고 불펜진은 이를 악물고 버텨 극적인 10대 8 승리를 일궜다. 이어 5연승을 질주했다.
롯데는 18일 현재 75승 61패 2무(승률 0.551)로 4위다. 5위 SK 와이번즈와 5경기차여서 가을야구는 거의 굳혔고 이제는 3위 NC 다이노스를 반게임 차로 바짝 추격하며 준플레이오프 직행까지 노린다.
롯데가 어떻게 강팀으로 변했는지는 수치로 알 수 있다. 개막전부터 지난달 3일까지 롯데의 팀타율은 0.279(7위)였고 득점권 타율은 0.273(9위)에 그쳤다. 득점권에서 부진해 ‘변비타선’이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였다. 8월 4일부터 18일 현재까지 롯데의 팀타율은 0.297(4위)로 뛰었고 득점권 타율(0.289)도 상승했다.
롯데 코치 A씨는 “타자들이 득점권에서 노림수가 확실히 좋아졌다”면서 “앞서 부진할 때는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껴 자기 스윙을 못했다”고 밝혔다.
투수진의 변화도 드라마틱하다. 개막부터 지난달 3일까지 롯데 투수진의 평균자책점은 4.80으로 5위에 그쳤다. 이후 현재까지는 4.09로 평균자책점 1위다. 이런 극적 변화는 투수진이 두터워졌기 때문이다. 전반기엔 선발진에서 제몫을 해준 것은 박세웅뿐이었다. 하지만 후반기에 국내 무대로 복귀한 린드블럼에다 브룩스 레일리와 송승준이 나란히 살아나며 이제는 리그 최강 선발진을 구축하게 됐다.
손승락을 중심으로 조정훈, 이명우, 박진형, 배장호 등 불펜진의 활약상을 보면 상전벽해가 어떤 것인지를 실감한다. 개막부터 지난달 3일까지 이들 불펜진의 평균자책점은 5.04로 좀처럼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후 롯데 불펜진의 평균자책점은 3.51로 무려 1.5나 낮아졌다. 당당히 2위다.
롯데 코치 B씨는 “투수들이 부상 없이 시즌을 치르고 있고 후반기에 좋은 결과가 나오면서 자신감 있는 투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4일 당시 3연패를 당한 상태라 더욱 절실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는데 그것이 지금의 상승세 동력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8월4일’ 이후 확 달라진 롯데 승승장구… 그날 무슨 일이
입력 2017-09-19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