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보유 중인 한국지엠 주식 17%의 가치를 0원으로 평가한 사실이 18일 확인됐다. 지난 2002년 한국지엠 출범 당시 2132억원을 출자해 확보한 지분이 휴지조각이 됐다는 의미다.
바른정당 지상욱 의원은 산업은행이 제출한 한국지엠 관련 회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산업은행이 한국지엠 보유지분 장부가를 0원으로 반영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2002년 한국지엠 출범 당시 채권단 대표로 2132억원을 출자해 지분 28%를 가진 2대 주주가 됐다. 이후 2009년 미국 지엠홀딩스의 유상증자(4900억원)로 산업은행 지분율은 17%로 감소했다. 산업은행은 2014년까지만 해도 한국지엠 보유지분 가치를 2878억원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후 한국지엠이 적자에 허덕이자 2015년에는 보유지분 장부가를 681억원까지 낮췄다. 지난해 한국지엠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자 주식가치를 아예 0원으로 평가했다.
지 의원실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2132억원의 출자금액을 0원으로 회계처리(손상차손)함으로써 국민의 혈세인 출자금을 회수 불가능한 위험으로 내몰았다”며 “사실상 한국지엠 철수나 파산 시 산업은행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출구전략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투자를 통해 확보한 지분가치가 이미 사라졌다고 판단했으니, 산업은행이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해도 손해가 아니라는 이상한 논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 의원은 “2000억원이 넘는 국민 혈세가 공중으로 사라진 셈인데, 그 사이 산업은행은 제대로 된 감사도 못했고 책임지는 부처는 아무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한국지엠은 만성적자에도 불구하고 수년 간 미국 지엠홀딩스에 높은 대출이자와 불투명한 목적의 업무지원 비용을 지급해 왔다. 지 의원실이 분석한 최근 4년 간 한국지엠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지엠이 미 지엠홀딩스로부터 차입한 원화대출금은 총 2조4033억원이다. 이 중 1조8875억원은 이자율 5.3%, 나머지 5158억원은 이자율 4.8%였다. 이 같은 이자율은 국내 완성차업체의 차입금 이자율(기아자동차 0.19∼2% 중반, 현대자동차 1.49∼2.26%, 쌍용자동차 0.3∼3.51%, 르노삼성자동차 0%)보다 2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그 결과 한국지엠은 지난 4년 간 미 지엠홀딩스에 이자비용만 4400억원을 부담했다. 한국지엠은 또 2014년부터 ‘최상위 지배자의 업무지원 비용’이라는 불투명한 명목으로 미 지엠홀딩스와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2016년까지 3년 간 1297억원을 추가로 지급했다.
지 의원은 “고금리 이자와 각종 비용을 명목으로 돈을 뜯어가는 것은 다국적 기업이 투자금을 회수해 가는 전형적인 수법 중 한 가지”라며 “엄청난 이자비용과 업무지원 비용을 지불하면서 한국지엠의 당기순손실이 더욱 확대됐고, 지금의 자본잠식 상태에 이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産銀, 보유 중인 한국GM 주식 17% 장부가 ‘0원’ 처리
입력 2017-09-18 18:42 수정 2017-09-18 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