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의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미국 에미상 시상식에서 자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풍자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대통령의 언행을 유머러스하게 비꼬는 상황이 잇달았고, 트럼프정부를 풍자한 예능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17일(현지시간) 열린 제69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가장 눈길을 끈 인물은 지난 7월 물러난 숀 스파이서 전 백악관 대변인이었다. 무대에 깜짝 등장한 스파이서는 “에미상 시상식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아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시상식 사상 역대 최대 인파”라고 답했다.
스파이서는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과 관련, “역대 가장 큰 규모였으며, 전 세계를 통틀어 최대 규모”라고 말해 빈축을 샀다. 그가 이날 내뱉은 말은 당시 논란이 일었던 자신의 말을 유머러스하게 활용한 발언이었다. 관객들은 스파이서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SNL에서 트럼프 대통령 역을 도맡아 연기하는 알렉 볼드윈(사진)은 코미디 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당신의 에미상이 여기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우리가 하는 일은 중요하다. 방송 관계자들은 지금 하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시청자들이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가의 정치 풍자를 독려하는 메시지였다. 이 프로그램에서 힐러리 클린턴 역을 연기하는 케이트 매키넌은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박지훈 기자
올 에미상 시상식장 ‘트럼프 비꼬기’ 홍수
입력 2017-09-18 2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