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절단 후 강단 컴백 ‘기적의 교수’… 희망은 잘리지 않았다

입력 2017-09-18 21:34 수정 2017-09-18 23:35
두 팔과 다리를 잃고도 양팔 이식수술 후 강단에 복귀하는 대만 국립중산대 왕즈위안 교수가 지난 17일 한 행사에 참석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왕 교수가 이식수술 후 재활훈련을 하고 있다(작은 사진). 대만 중앙통신 캡처

두 팔과 다리를 잃은 대만의 대학교수가 두 팔을 이식받아 교단으로 돌아온다. 현지에서는 그를 ‘기적의 교수’로 부르며 복귀를 축하하고 있다.

대만 국립중산대 기업관리학과 왕즈위안(46) 교수는 2015년 원인불명의 감염증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손상 후 사경을 헤맸다. 가까스로 목숨은 구했지만 사지(四肢)를 잘라내야 했다. 왕 교수는 지난해 의족과 의수를 착용하고 다시 교편을 잡았다. 이때도 이미 기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100만 대만달러(약 3700만원)의 전자의수(電子義手)로도 생활과 강의에 큰 불편을 느꼈다. 결국 두 팔을 이식하기로 결정한 뒤 지난 3월 기증자가 생겨 린커우창겅의원에서 새 팔을 얻었다.

6개월가량의 회복 및 재활 과정을 거친 왕 교수는 20일부터 중산대로 돌아와 ‘고등관리이론연구’ 과목을 맡아 강의할 예정이라고 대만 중앙통신이 18일 전했다. 다시 한번 기적을 만들게 된 것이다.

왕 교수의 양팔 이식 수술에는 20여명의 의사가 13시간이나 매달렸다. 대만에서 첫 사례이고 세계적으로도 11번째에 불과한 대수술이었다. 수술을 지휘한 린청훙 박사는 “팔 이식은 다른 장기와 달리 신경, 혈관, 피부세포 등을 연결해야 해 매우 복잡하다”면서 “특히 피부조직은 면역 시스템에서 거부반응이 많아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린 박사는 또 “팔 이식 수술의 목적은 생명 유지가 아니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맨체스터대 경영학 박사 출신의 왕 교수는 국가경쟁력과 과학기술 혁신관리, 인력자원관리 등의 전문가로 중산대에서 ‘올해의 우수 교수상’을 받기도 했다. 장춘돤 기업관리학과 학과장은 “왕 교수는 학생을 가르치고 소통하는 데 열의가 대단하다”고 찬사를 보냈다. 중산대 기업관리연구소 박사과정의 쑤천쩌는 “왕 교수는 학생들과 문답을 할 때도 항상 개방적인 태도를 유지했던 분”이라며 “지속적으로 왕성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모습에 경의를 표하고 강의에 복귀한다니 아주 기쁘다”고 말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