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18일 발표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권고안은 검찰 개혁의 출발점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도 권력의 눈치를 보며 특권에 안주한 검찰의 과거 잘못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는 점에 국민 대부분이 공감하는 만큼 관련법이 신속하게 제정돼야 한다.
공수처 신설은 1998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추진했을 정도로 오랫동안 논의된 사안이다. 권한 분산을 통한 검찰 개혁이라는 찬성파의 주장이나 옥상옥 구조로는 검찰 개혁을 이룰 수 없다는 반대파의 논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찬반 논쟁만 진행되면서 검찰 개혁은 말만 무성했을 뿐 실질적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정권에서는 ‘우병우 사단’으로 불리는 정치검사들이 출세 가도를 달리며 정권의 입맛에 맞춰 수사를 좌지우지하는 식으로 개혁을 바라는 국민적 요구에 역행하는 일마저 벌어졌다. 내부에서는 부패사건과 각종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검찰 수뇌부는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하며 안팎에서 쏟아지는 개혁 요구를 애써 외면했다. 검찰 개혁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 아닐지라도 공수처가 반드시 신설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개혁위의 권고안에는 우려되는 점이 적지 않다. 공수처장과 소속 검사가 정치 편향성을 보일 경우 견제 수단이 마땅치 않은 점은 기존 검찰의 잘못을 되풀이할 수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 중립을 보장하기 위해 설계된 각종 장치가 정치적 개입의 통로가 될 수도 있다. 어떤 수사기관이든 고위 공직자의 범죄 혐의를 수사하기 시작하면 곧바로 공수처장에게 보고하고, 공수처장이 이첩을 요구하면 반드시 응해야 하는 규정도 실무선에서 혼선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개혁위는 “적절하게 교통정리가 될 것이라는 신뢰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운영의 묘를 말하기 전에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권고안은 앞으로 법무부와 국회 상임위원회, 본회의를 거쳐야 한다. 확정 전까지 반대파의 의견을 경청하며 세밀하게 다듬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정치권이 관련 입법을 철저하게 검토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많은 국민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놓고 국회에서 벌어진 여야의 수준 떨어지는 싸움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삼권분립이라는 헌법 원칙을 지키며 합리적으로 적격성을 논하는 대신 여야 모두 당리당략을 앞세워 말꼬리 잡기와 기싸움에만 몰두했기 때문이다. 공수처 관련 입법도 마찬가지다. 판단 기준은 국민 대부분이 공감하는 효율적인 검찰 개혁과 기존 검찰에서 충분히 달성하지 못한 권력형 부패 척결 외에 다른 것이 있을 수 없다. 게다가 공수처 신설은 검찰 개혁의 시작일 뿐이다.
[사설] 검찰 개혁의 신호탄 공수처 신설 권고안
입력 2017-09-18 1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