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대 에이미 추아 교수는 그의 명저 ‘제국의 미래’에서 역사상 위대한 제국은 모두 이민족을 적극 수용하고 그들의 재능을 긍정적으로 활용한 나라들이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오늘날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게 된 것도 적극적인 이민 정책으로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비교적 차별 없는 사회환경 속에서 각자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이민 정책은 결혼이주민 이외에는 원칙적으로 한시적 체류만 허용해 부족한 산업인력을 보충하는 데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외국인의 국내 이주를 저지하는 데 치우치는 이 정책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는 자본과 기술과 상품과 서비스가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며 전 지구적으로 단일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세계화 혹은 지구촌 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일부 있지만 우리나라가 전쟁 폐허에서 이러한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도 세계화의 조류에 성공적으로 편승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물론 부정적 측면도 있다. 그러나 역사 흐름을 바꿔놓을 수는 없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세계화로 인해 자본은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고 있지만 노동은 그렇지 못한 상태다. 노동이 자유롭게 이동하게 되면 이에 따른 문화적 갈등이 확산될 수 있어 각국 정부가 통제를 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나라의 이민 정책은 지나치게 폐쇄적이다. 미국처럼 개방적이지는 못하더라도 지금보다는 개방적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추아 교수가 지적한 현상은 저출산이 문제가 되지 않았던 때에 위대한 제국들이 어떻게 다문화사회의 장점을 잘 활용했는가를 말하고 있다. 출산율이 높았을 때도 적극적인 다문화 정책이 국가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면 저출산 시대에는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한다 해도 부족할 것이다.
그리고 개방적인 다문화 정책이 국가발전의 요소라 할 수 있다면 역으로 쇄국정책은 필연적으로 국가와 사회의 퇴보를 초래한다는 것이 또한 역사의 교훈이라고 하겠다. 우리나라의 역사가, 그리고 중국의 역사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 12년간 127조원을 쏟아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올해는 합계출산율이 1.03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대로 가면 2085년 우리나라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충격적인 예측보다 훨씬 더 충격적인 인구 감소를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 정착한 다문화가정의 출산율은 3.0명을 훌쩍 넘고 있다. 인구가 국력이 되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나라에서 다문화인과 그 자녀들이 온전하고 건강한 ‘진짜 한국인’이 되도록 도와야 할 피할 수 없는, 피하면 안 되는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
현재 다문화 정책을 관장하는 곳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법무부, 고용노동부, 외교부 등으로 나뉘어 있다. 행정의 중복과 경쟁을 피하기 위한 기구 개편과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뿐만 아니라 예산도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다문화 인구가 전체 인구의 4%에 달하고 있음에도 관련 예산은 전체의 0.05%인 2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다문화인들의 출생 국가가 다양한 만큼 이들의 고유 문화와 소식을 전하는 언론매체의 활성화도 중요한 분야다. 현재 지난해 출범한 다문화 tvM과 EBS의 일부 프로그램이 국내 다문화인의 권익을 옹호하고 그들의 정서와 생활상, 적응 등을 전달하고 있다. 이들 매체의 공익적 기능이 더욱 활성화되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배려가 있기 바란다.
유종근 한국경제사회硏 이사장
[기고-유종근] 다문화정책으로 저출산 극복을
입력 2017-09-18 1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