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 보복에 따른 롯데마트 철수 이후 한국 기업의 ‘탈중국’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판매가 전년 대비 40% 급감한 현대·기아차도 현 상태로는 오래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마트는 이미 오래전에 중국 철수를 결정하고 점포 정리만 남겨두고 있다. 1997년 현지에 진출한 뒤 30개에 달했던 이마트 매장은 적자 누적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이제는 6개 매장만 남은 상황이다. 이마트는 올해 안에 완전히 철수하는 것을 목표로 중국 매장 5곳을 태국 CP그룹에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J오쇼핑도 중국 광저우를 기반으로 한 남방CJ 사업을 정리할 계획이다. 동방CJ 철수설도 나돈다. 현대홈쇼핑은 현지 방송을 중단하고 합작사와 경영권 소송을 벌이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위태롭다. 두 브랜드는 지난달 중국 판매가 7만601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줄어드는 등 사드 보복이 본격화된 이후 극심한 판매 감소를 겪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량은 57만697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04만3496대)보다 44.7% 적다. 기아차 판매는 36만8686대에서 절반도 안 되는 17만2674대까지 떨어졌다.
현대·기아차는 현지에서 부품업체에 대한 납품 대금 미지급으로 생산 중단이 잇따르는 데다 현지 파트너와의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현지 언론은 최근 ‘베이징현대’ 지분 절반을 가진 베이징자동차가 현대차와의 합자 관계를 끝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자동차는 판매가 감소하자 비용 절감을 위해 베이징현대에 납품하는 부품업체를 중국 현지 기업으로 교체할 것을 현대차에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베이징현대 중국 공장들은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연이어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수개월째 납품대금을 받지 못한 프랑스계 베이징잉루이제, 독일계 창춘컨더바오 등 부품업체들이 납품을 거부해 벌어진 일이었다.
이들 부품업체는 베이징현대와의 협상을 통해 일단 부품 공급을 재개키로 했지만 아직 대금을 지급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생산 중단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납품대금 연체가 계속되면 현대·기아차를 따라 현지에 진출한 한국 부품업체들도 버티지 못하고 철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는 미국 판매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감산에 들어갔다. 현대차 앨라배마공장(HMMA)은 지난 3일부터 하루 생산량을 200대 줄여 운영 중이다. 앨라배마공장 생산분 약 65%를 항구로 운반하는 CSX 철도가 운영 스케줄을 바꾸면서 공장 생산 속도를 줄이게 됐다고 현대차 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 내 현대차 판매 감소로 발생한 재고 문제도 감산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현대차의 올 상반기 미국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7.4% 줄었다. 지난달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6% 감소하는 등 지난 5월 이후 4개월 연속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다.강창욱 기자 kcw@kmib.co.kr
한국기업 줄줄이 脫중국… 현대·기아차 “얼마나 버틸지”
입력 2017-09-18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