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사법부 수장 공백 초유사태 없게 해달라” 호소

입력 2017-09-17 18:34 수정 2017-09-17 23:46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17일 청와대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현 대법원장 임기는 오는 24일 끝난다. 그 전에 새로운 대법원장 선임 절차가 끝나지 않으면 사법부 수장 공백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며 지연되고 있는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차 출국을 하루 앞둔 17일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사법부 새 수장 선임은 각 정당 간 이해관계로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 요체인 입법·사법·행정 3권분립 관점에서 봐 달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대독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인준 권한을 가진 국회가 사정을 두루 살펴 사법부 수장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 달라”며 “그동안 국회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노력했지만 부족했던 것 같아 (미국으로 떠나는) 발걸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사법부 수장을 상대로 하는 인준 절차에 예우와 품위가 지켜지는 게 중요하다”고도 말했다.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에 이어 김 후보자에 대해서도 부결 가능성이 제기되는 데 대한 우려의 표시로 해석된다.

5당 대표들과의 회동도 다시 한 번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 유엔총회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한없이 무겁다”며 “그렇지만 국제 외교무대에서 한국의 이익을 지키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번영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유엔총회를 마치고 돌아오면 각 당 대표를 모시겠다. 국가 안보와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해 논의하고 협력을 구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제안은 김이수 전 후보자 낙마 이후 싸늘해졌던 야당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다시 협치에 시동을 걸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들러리 회담’이라며 여러 차례 거부 의사를 밝힌 상황이어서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8일 출국에 앞서 현안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인 사법부 공백을 막는 게 중요하다”면서 “22일 귀국 전까지 문 대통령이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 국회에 마지막으로 호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적폐연대’ ‘땡깡’ 발언 등의 사과를 요구하는 데 대해선 “각 당 원내대표들이 국회에서 협의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노력이 부족했다” 발언에 대해선 “김이수 전 후보자도 그렇고 국회에서 진행돼야 할 절차들이 잘 안 되는 것에 대해 문 대통령 역시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메시지 준비 과정에서 청와대 인사라인 문책 등에 대한 발언은 하지 않았다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