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지난 주말 내내 사립유치원 휴업철회와 강행 입장을 롤러코스터 타듯 번복하면서 학부모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 한유총은 공식적으로 휴업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일부 유치원장들이 휴업을 강행할 가능성도 있어 학부모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한유총은 1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8일과 25∼29일로 예정된 휴업계획을 공식 철회한다고 밝혔다. 최정혜 한유총 이사장은 “사립유치원 휴업으로 인해 학부모님들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유총은 앞서 여러 차례 입장을 번복했다. 지난 8일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립유치원 누리과정 지원금 인상과 국·공립유치원 확대 중단을 요구하며 집단휴업을 최초 예고했다가 지난 15일 교육부 등과 합의했다며 휴업을 철회했다. 하지만 이튿날 강경파로 불리는 한유총 투쟁위원회 측이 휴업 강행을 선언하자 한유총이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휴업철회를 선언한 것이다.
집단휴업은 일단락됐지만 일부 유치원에서 휴업을 강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유총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휴업강행을 중단한 상황”이라면서도 “일부 원장들이 개인적으로 사립유치원 휴업을 강행할 수 있어 참여 규모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애꿎은 학부모들만 애를 태웠다. 이날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만난 최모(28·여)씨는 “유치원이 휴업한다는 소식을 듣고 주변 맞벌이 부모들이 전업주부인 제게 하루만 봐줄 수 있느냐는 부탁을 많이 했다”며 “원장의 이익을 위해서라는 얘기가 많이 들리는데 명분 없는 파업 같아 화가 난다”고 말했다. 최씨의 휴대전화에는 유치원에서 16일 보낸 휴업안내 문자와 17일 보낸 정상수업 안내라는 내용의 문자가 함께 담겨있었다. 윤모(36·여)씨도 “맞벌이 중이라 다니는 유치원이 휴업하면 딸을 어디에 맡겨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휴업을 안 한다니 한시름 덜었다”고 말했다. 충남 아산에 사는 최모(28·여)씨는 “갑자기 휴업을 강행한다고 했을 때도 유치원 측에서 학부모들의 양해를 전혀 구하지 않았다”며 “이런 식으로 마음대로 할 거면 빠진 날만큼 유치원비를 환불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시도교육청은 예정대로 임시돌봄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입장을 계속 바꾸고 있어 저희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서비스는 예정대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사립유치원 집단 휴업 사태는 일단락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일부 사립유치원의 산발적 휴업 가능성은 열어놓고 대비하는 모습이다. 신익현 교육부 지방교육지원국장은 “휴업하는 사립유치원은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 “휴업 강행 유치원에는 강도 높은 감사 추진, 재정지원금 환수 및 정원 감축, 모집정지, 유치원 폐쇄 등 조치를 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글=허경구 이도경 신재희 손재호 기자 nine@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그래픽=박동민 기자
한유총 ‘오락가락’… 애꿎은 학부모만 애를 태웠다
입력 2017-09-18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