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사법부 수장(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동시 공백 사태가 1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더불어민주당의 고심이 더욱 깊어졌다. 여당 자력 처리는 불가능하고, 보수 야당은 완강히 반대하고 있어 결국 기댈 곳은 국민의당뿐이라는 점이 현실이 됐다.
당 지도부는 주말 내내 야권을 향한 확전을 자제하며 ‘읍소’ 모드로 전환했다. 우원식 원내대표와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 지도부와 통화하며 설득에 매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17일 “의원들에게 해외일정 자제가 아닌 금지 지시가 다시 내려졌다. 일정을 취소하고 비상대기 상태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제윤경 원내대변인도 “국회 동의절차 지연으로 사법부 수장이 공석이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야당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지만 야당을 겨냥한 직접적인 비판은 자제했다. 민주당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탄핵과 정권교체에 대한 불복’ ‘적폐연대’ 등의 표현을 쓰며 국민의당을 맹비난했지만 주말 동안 국민의당을 언급한 논평은 아예 없었다.
이 같은 민주당의 ‘로키(low-key) 행보’는 ‘여소야대 다당체제’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크지만 전략적인 성격도 녹아 있다.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당시 야권에서 “여당이 협치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는 비판을 받았던 만큼 낮은 자세로 협조를 구하는 모습을 보이며 여론을 통해 야권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 문제는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상임위 단계인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부터 막혀 있다. 여기에 국민의당이 ‘땡깡’ 발언 사과를 요구하며 본회의 일정 협의도 거부하고 있어 인준안 국회 통과까지 거쳐야 할 단계도 많다.
민주당은 야권의 김명수 후보자 반대 논리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판단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에 대한 직접적 비난전 대신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여론에 전달해 명분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민주당, 對野 확전 접고 ‘읍소’ 모드
입력 2017-09-17 18:35 수정 2017-09-17 2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