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육 시세를 부풀리거나 부위를 속이는 방식으로 수천억원의 육류 담보대출을 받은 수입육 유통업자와 대출중개업자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로부터 금품을 받은 금융업체 직원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박진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위반(사기 등) 혐의로 14개 금융기관에 5700억여원의 피해를 준 수입육 유통업자, 대출중개업자 등 13명을 구속기소하고 28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부정한 돈을 받고 대출 편의를 봐준 금융기관 직원 이모(46)씨 등 3명도 특경가법 위반(수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수입육 유통업자 정모(52)씨 등 10명은 2015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대출중개업자 및 창고업자와 공모해 수입육 품목을 속이거나 중복 담보를 거는 방식으로 대출을 받았다. 이들은 대출 담보로 수입육 ‘깐양’을 맡기면서 시세가 4배 비싼 ‘양깃머리’로 속였다. 이 둘은 모두 소의 위 부위지만 ㎏당 시세가 깐양은 4000원, 양깃머리는 2만원이다. ㎏당 2500원인 항정살을 9450원으로, ㎏당 2700원인 도가니를 1만5000원으로 4∼5배 뻥튀기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출을 해준 금융업체는 육류 시세 파악에 전문성이 없어 대출중개업자의 의견에 의존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담보로 제공할 수입육이 부족하자 이미 담보로 제공한 수입육을 다른 금융기관에 중복해 담보로 걸기도 했다. 50여 유통업체가 유착해 허위 거래로 매출을 늘린 뒤, 대출금을 늘리는 수법도 썼다. 대출금 상환을 위해 계속 신규대출을 받는 등 ‘돌려막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신규대출 받은 1조9000억원 중 78%가 대출금 돌려막기에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추가대출을 받기 위해 금융업체 직원에게 1인당 2600만원에서 1억3000만원대의 뒷돈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동양생명보험이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14개 금융업체가 고소에 동참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수입육 부위 속이고… 금융기관에 뒷돈까지… ‘악취나는’ 육류담보대출
입력 2017-09-17 18:39 수정 2017-09-17 2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