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종착점, 끝장 봐야” 김정은 발언서 묻어나는 ‘초조함’

입력 2017-09-17 18:27 수정 2017-09-18 00:11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비행장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화성 12형 비행 궤도를 확인하면서 좋아하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우리 국가가 무제한한 제재·봉쇄 속에서도 핵무력 완성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는가 똑똑히 보여줘야 한다”면서 “이제 그 종착점에 거의 다다른 만큼 전 국가적인 모든 힘을 다해 끝장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무시하고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5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 12형’ 발사훈련을 참관하고 “미국이 감당하지 못할 핵 반격을 가할 수 있는 군사적 공격 능력을 질적으로 다져야 한다”며 “최종 목표는 미국과 실제적인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노동신문이 1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발사 훈련을 지켜본 뒤 “화성 12형의 전력화가 실현됐다”고 선언했다. 그는 “화성 12형의 전투적 성능과 신뢰성이 철저히 검증되고 운영 성원들의 실전 능력도 완벽하다. 앞으로 모든 훈련은 핵무력 전력화를 위한 실용적 훈련이 돼야 한다”며 추가 도발도 예고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종착점’은 ICBM급 화성 14형 실전배치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 북한은 조만간 화성 14형의 정각(正角·30∼45도) 발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화성 14형은 화성 12형을 개량한 미사일이다. 두 기종 모두 신형 ‘백두산 엔진’을 1단 추진체로 사용한다. 화성 14형 역시 실전배치가 임박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김 위원장은 최근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375호에 대해서는 “우리는 수십 년간 지속된 유엔 제재 속에서 모든 것을 이뤘지 결코 유엔의 혜택 속에서 얻어 가진 것이 아니다”며 “아직도 유엔 제재 따위에 매달려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집념하는 대국이라고 자처하는 나라들이 답답하다”고 했다.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해서 미국과 국제사회의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일종의 치킨게임 전략을 분명히 한 셈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 발언에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대한 불안감도 엿보인다. 그가 직접 유엔 안보리 제재를 언급하며 ‘무제한한 제재·봉쇄’라고 평가한 것은 꽤 이례적이다. ‘전 국가적인 모든 힘’ ‘끝장을 봐야 한다’ 등은 김 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 자주 쓰는 표현이 아니다. 한 대북 전문가는 “표현 자체만 놓고 보면 독특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 2375호는 북한의 섬유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석유 수입에 제한을 뒀다. 당장 북한 체제에 위협을 줄 수준은 아니지만 제재가 장기화되면 민생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특히 이번에 석유 수입 제한이 포함됨으로써 북한 체제의 ‘생명줄’인 석유 공급을 완전히 끊을 수도 있는 가능성이 처음으로 마련됐다.

특히 내년 3월에는 김 위원장의 핵심 전략인 ‘핵무력·경제건설 병진 노선’이 채택 5주년을 맞는다. 김 위원장이 이때 병진 노선 성공을 선언하기 위해서는 민생경제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정부 당국자는 “내년 3월은 북한에 큰 의미가 있는 시점으로 그때까지 굉장히 서두를 것”이라며 “핵·미사일은 그들 나름대로 자랑할 만한 수준이지만 경제에서는 평양 ‘여명거리’ 건설 말고는 없다. 거기에 제재와 압박이 날로 강화되는 상황이어서 북한으로서는 고통스럽고 고민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