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는 없었다… 승자 못가린 진짜 복싱대결

입력 2017-09-17 18:55 수정 2017-09-17 22:34
게나디 골로프킨(왼쪽)이 17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복싱평의회(WBC)·세계복싱협회(WBA)·국제복싱연맹(IBF)·국제복싱기구(IBO) 4대 기구 미들급(72.57㎏) 통합 타이틀전에서 도전자 사울 카넬로 알바레스의 턱을 강타하고 있다. AP뉴시스

최강의 두 복서 게나디 골로프킨(35·카자흐스탄)과 사울 카넬로 알바레스(27·멕시코)가 맞붙은 ‘세기의 대결’은 무승부로 끝났다. 외할아버지가 고려인으로 한국계 복서인 골로프킨이 부당한 차별을 받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두 선수는 17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복싱평의회(WBC)·세계복싱협회(WBA)·국제복싱연맹(IBF)·국제복싱기구(IBO) 4대 기구 미들급(72.57㎏) 통합 타이틀전에서 12라운드 접전 끝에 무승부 판정을 거뒀다. ‘용호상박’의 복싱 대결로 뜨거운 주목을 받았던 이번 대결은 명승부였다.

경기 초반인 1∼4라운드엔 탐색전이 이어졌다. 5라운드에서 골로프킨이 훅으로 알바레스의 안면을 강타한 이후부터 경기는 달아올랐다. 골로프킨이 경기에서 주도권을 쥐고 좀 더 몰아붙였으나 8라운드에서는 알바레스가 카운터 펀치를 먹였다. 막바지였던 11라운드엔 골로프킨이 강하게 알바레스를 압박했고 마지막 12라운드에서는 알바레스의 반격이 이어졌다.

12라운드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리자 두 선수 모두 팔을 들어 올리며 자신의 승리임을 확신했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그 누구에게도 웃어주지 않았다. 판정이 시작됐고 3명의 부심 중 한 명은 알바레스의 손을 들어줬고, 다른 한 명은 골로프킨의 우세로 판정했다. 마지막 부심 한 명은 동점 채점표를 제출하면서 이번 대결은 무승부로 막을 내리게 됐다.

그런데 일부 팬들은 “골로프킨이 우세했다”며 한 부심의 알바레스 우세 판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 통계회사 ‘컴퓨복스’에 따르면 골로프킨은 알바레스를 상대로 총 703회의 펀치를 날려 218번 적중시켰다. 반면 알바레스의 펀치 수는 골로프킨보다 적었다. 알바레스는 505회 펀치를 날려 169번만 정확히 가격했다. 부심 중 한 명이 118-110으로 알바레스의 손을 들어준 것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다.

또 이번 대결에서는 챔피언과 도전자의 위치가 역전된 상황이 벌어져 많은 말이 나왔다. 일반적으로 도전자가 챔피언을 링 위에서 기다린다. 이날 링에 먼저 올라온 것은 골로프킨이었다. 국가 연주에서도 챔피언 골로프킨의 카자흐스탄 국가가 먼저 울려 퍼졌고 이후에 알바레스의 멕시코 국가가 나왔다.

또 대결의 공식 명칭이 ‘알바레스 vs 골로프킨’으로 챔피언 골로프킨 대신 알바레스가 강조됐다. 알바레스와 주최 측 모두가 챔피언인 골로프킨에 대한 예우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챔피언 골로프킨은 19차 방어전에 나서 생애 첫 무승부 경기를 기록했다. 무패 전적(38전 37승 1무 33KO)은 이어가게 됐다. 알바레스 성적은 52전 49승 1패 2무 34KO가 됐다.

두 선수는 무승부를 아쉬워하며 재대결 의지를 밝혔다. 경기 종료 직후 알바레스는 “골로프킨의 힘은 생각만큼 강하지 않았다”며 “재경기를 하고 싶고 당연히 내가 이길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골로프킨은 “나는 아직 챔피언이다. 당연히 재대결을 원한다”고 맞받아쳤다. 두 선수의 의지가 강해 재대결이 성사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세기의 대결을 치른 두 선수는 이번 경기로 돈 방석에 앉는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알바레스는 2000만 달러(약 227억원)를, 골로프킨은 1500만 달러(약 170억원)를 대전료로 받는다”고 보도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