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경찰, 영장없는 통신자료 요청서 수사 곤란 없는 한 공개하라” 판결

입력 2017-09-17 18:36
서울고법 행정8부(부장판사 김필곤)는 시민단체 활동가 A씨가 서울경찰청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깨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2015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이동통신사에 통신자료 제공 요청서를 보내 A씨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 번호 등 통신자료를 수집했다. 통신자료 요청서는 요청사유와 필요한 자료의 범위 등이 적힌 ‘표지’와 요청 대상의 전화번호·조회기간, 통화한 상대방 전화번호 등이 담긴 ‘첨부 파일’로 구성돼 있다.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통신 가입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이를 당사자에게 통보하지 않아도 돼 위헌 논란이 불거졌다.

자신의 정보가 경찰에 제공된 걸 알게 된 A씨는 지난해 3월 “통신자료 수집의 근거가 된 요청서를 공개해 달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1심은 “요청서 내 피의자 인적사항, 범죄사실이 공개될 경우 수사를 곤란하게 할 수 있다”며 비공개 처분이 적법하다고 봤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표지에 기재된 요청 사유 등이 공개될 경우 수사를 곤란하게 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는 그렇지 않다”며 “첨부 파일에서 A씨 연락처 등을 제외한 나머지 정보는 삭제한 뒤 공개하라”고 판단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