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원 칼바람에 시달리던 증권업계가 하반기 신입직원 채용의 문을 모처럼 넓힌다. 올해 상반기 ‘깜짝 실적’을 바탕으로 새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호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주요 증권사들의 채용 규모는 500명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5개 대형사들의 하반기 채용 규모는 지난해보다 70명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우선 인수·합병으로 신입 공채를 미뤘던 대형사들이 오랜만에 공채에 나선다. NH투자증권은 2014년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 합병 이후 첫 신입 공채에 나선다. 이달 중 공고를 내고 32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KB증권은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으로 올해 공식 출범한 이후 첫 신입 공채를 한다. 오는 26일까지 지원서를 받고 약 60명을 채용한다. 지난해에는 현대증권만이 채용형 인턴 등 46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하반기 80명을 선발했는데 올 하반기 공채에선 100명을 충원한다. 삼성증권도 하반기에 신입직원을 두 자릿수 규모로 채용한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신입직원을 총 203명 채용했고 올해도 비슷한 규모를 뽑는다.
일부 증권사는 새 정부가 권장하는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다. KB증권은 올해 채용 면접에서 학력 정보를 지우고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하기로 했다.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증권사들의 채용 규모 확대는 상반기 증시 활황에 따른 실적 호황이 뒷받침하고 있다. 국내 53개 증권사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9177억원으로 2015년 상반기 이후 최대치다. 하지만 증권업계 내부적으로는 리테일(개인영업) 시장의 수익성은 계속 악화되고 있어 섣불리 채용 규모를 늘릴 때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객들이 지점을 잘 찾지 않아 증권업계의 지점과 임직원 수는 계속 줄고 있다. 2012년 기준 1816개였던 증권사 국내 지점은 지난 6월 기준 1140곳으로 5년 만에 40% 가까이 감소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모처럼 취업문 넓어져… 증권사, 하반기 500명 뽑는다
입력 2017-09-17 1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