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잠항… 적 함정 출현! 어뢰 발사 준비…”

입력 2017-09-17 19:26 수정 2017-09-17 21:28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민군복합항에 지난 12일 정박 중인 해군 209급(1200t급) 잠수함 장보고함(앞)과 이억기함.
해군이 잠수함 승조원들의 수중 전투태세와 내부생활을 공개한 것은 해군의 잠수함 운용 25년 만에 처음이다. 타수들이 잠수함을 조종하고 승조원들이 식탁에서 독서를 하거나 수중작전을 벌이고 있다. 해군 제공
“함수 전방에 적 항공기, 긴급잠항, 긴급잠항!!”

이억기함 함장 강병오 중령의 다급한 지시에 승조원들은 신속하게 임무 위치로 이동했다. 제주 해군기지를 떠난 길이 56m에 달하는 잠수함의 커다란 선체가 급격히 기울어졌다. 잠수함 내에는 타수(舵手)가 깊은 바다로 잠수함을 몰면서 내는 “18m, 20m, 40m 통과”라는 소리만 울렸다.

적 항공기를 따돌린 순간 다시 긴급명령이 떨어졌다. “적 함정 출현! 어뢰 발사 준비” 승조원들은 음향센서를 이용해 16㎞ 전방에서 적 수상함을 발견하고 어뢰발사 버튼을 눌렀다.

해군은 지난 12일 ‘침묵의 암살자’로 불리는 잠수함의 작전 상황과 승조원 생활을 공개했다. 최근 고조된 안보 위기를 감안해 우리 잠수함의 우수한 성능을 홍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국방부 기자단은 209급(1200t급) 이억기함과 장보고함에 승선해 수중 전투태세를 참관했다. 이억기함은 209급 잠수함 중 마지막으로 건조된 것으로 2001년 12월 취역했다. 이억기함은 국산 어뢰 ‘백상어’와 독일제 ‘SUT’ 기뢰를 장착했다. ‘잠대함유도탄 하픈’ 장착도 가능하다.

1992년 취역한 장보고함은 다음달이면 운영 25년을 맞는다. 두 잠수함의 최대 잠항심도는 약 250m, 긴급잠항은 50m 이상 가능하며 최대속력은 22노트(시속 40여㎞)다. 디젤엔진과 축전지 2개를 사용해 하와이까지 갔다 올 수 있다.

잠수함 승조원들의 생활은 열악하다. 좁은 공간에서 작전은 물론 일상생활도 해야 한다. 승조원 40명에 화장실은 단 두 곳이다. 샤워기 같은 세척 건으로 물을 조금 채우고 다시 변기 아래 개폐구 장치를 이용해 내려 보낸다. 복도 쪽에 마련된 침대는 높이 약 60㎝, 길이는 약 170㎝ 로 몸 하나가 편히 들어가기 힘든 공간이다. 키가 큰 승조원은 구부리고 자야 한다. 승조원 40명에 침대는 30여개라 돌아가면서 수면을 취한다. 식수는 바닷물을 정화해 사용한다. 맛은 밍밍하다.

잠수함의 생명은 은밀성이다. 적에게 들키지 않고 기습적으로 공격할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장비 뿐 아니라 대화 소리, 발소리도 작아야 한다. 모든 승조원은 허리춤에 개인 손전등을 차고 있다. 깊은 바다 속에서 정전이 되면 완전 암흑세계가 되기 때문이다. 한번 작전에 돌입하면 한 달 정도 외부소식이 차단된다.

강 함장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언제든 명령만 떨어지면 적진에 침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해군은 209급 잠수함 9척과 214급(1800t급) 잠수함 6척을 운용 중이다. 2020년대 초반 3000t급 잠수함을 도입할 계획이다.

제주=국방부공동취재단,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