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투표 당선 싱가포르 대통령 북한 축전에 난감

입력 2017-09-17 18:35
단독 후보로 지명되며 싱가포르 첫 여성 대통령에 오른 할리마 야콥(63)이 북한의 축전 때문에 난감해졌다. 야콥 대통령이 무투표 당선되면서 싱가포르 현지 언론들이 북한과 다를 바 없다는 풍자를 쏟아내던 상황에서 북한 축전 때문에 조롱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할리마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현지의 한 매체는 ‘북한 지도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신임 싱가포르 대통령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는 제목의 가상 기사를 실었다. 이 매체는 “팩스로 보낸 축하 서한에서 (북한의) 위대한 지도자가 국민 화합을 위해 특정 인종집단에서 의무적으로 지도자를 뽑게 한 싱가포르의 정치제도에 감명을 받았다”고 비꼬았다.

지도자 선출 과정에서 민주적 투표가 없는 두 나라의 상황을 빗대 조롱한 풍자기사는 이튿날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취임 축전을 보내면서 정황상 현실이 됐다. 현지 온라인 미디어 코코넛츠 싱가포르는 “풍자가 현실이 됐다”면서 “국민들이 지도자에게 만장일치로 지지를 보내는 특정 국가(북한)와 싱가포르가 선거제도를 공유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