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골라주고 쇼핑 돕고… ‘AI 비서’는 실화다
입력 2017-09-18 05:00
컴퓨터와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바뀐 우리 삶은 이미 익숙한 일상이 됐다. 당시에는 ‘3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며 변화될 삶들이 먼 일처럼 느껴졌지만 미래는 곧 현실로 다가왔다. 산업계가 이제는 4차 산업혁명의 큰 물결 앞에서 미래 먹거리를 위한 관련 서비스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해 선보이는 서비스들은 이미 우리 생활 속에 스며들며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IT기업이 주도하는 AI 스피커
최근 국내외 IT 업체들은 잇따라 AI 스피커를 출시하며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집 안 IoT 기기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AI 스피커가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국내 업체 중 선제적으로 AI 스피커 시장에 진출한 건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누구’, 올해 ‘누구 미니’를 출시하며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음악을 듣거나 날씨, 뉴스 등을 묻고 답하는 데서 나아가 환율 조회, 영화 예매 등 적용 분야를 늘리고 있다. KT는 셋톱박스와 연계한 인공지능 TV ‘기가 지니’를 판매하고 있다.
최근 네이버는 ‘웨이브’, 카카오는 ‘카카오미니’를 각각 공개하며 AI 스피커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 업체는 각각의 플랫폼을 활용해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네이버는 네이버 뮤직과 연동해 이용자의 취향이나 상황에 따라 음악을 추천하기도 한다. 카카오는 카카오톡과 연동해 메시지 보내기, 택시 호출, 장보기 등을 서비스할 계획이다.
AI 기반 자율주행차 개발도 가속도
자동차도 AI 접목 시도가 활발한 분야다. 시장조사업체 주니퍼 리서치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5년까지 전 세계에 2200만대에 달하는 자율주행차가 보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글로벌 완성차 및 자동차부품 업체, IT업체는 수년 전부터 AI를 기반으로 운전자 개입 없이 자율주행이 가능한 자동차를 개발 중이다. 폭스바겐, BMW, 볼보, 포드 등 자동차 브랜드와 구글, 인텔, 우버 등 IT 관련 기업 다수가 2021년 완전 자율주행(레벨5) 자동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올해 안으로 레벨5 차량을 보급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양산되는 자동차는 대부분 주행환경을 인식해 조향과 가·감속 조작으로 운전을 보조하는 레벨1, 2 수준의 기술이 탑재돼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자율주행차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지능형안전기술센터를 신설했다. 현대차그룹은 AI 기반 자율주행 핵심 기술의 우위를 확보하고 전 세계 공통으로 적용 가능한 자율주행 플랫폼을 개발해 글로벌 표준화를 선도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똑똑한 쇼핑 도우미 ‘AI 로봇’
정보통신기술(ICT)과 거리가 먼 서비스 영역에서도 AI를 활용한 4차 산업혁명은 일상이 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 AI에 가장 속도를 내고 있는 곳은 롯데그룹이다. 롯데백화점은 고객에게 최적의 상품을 추천해주는 기능을 탑재한 AI 대화 로봇 ‘엘봇’을 개발했다. 또 3차원 가상 피팅 서비스 등을 통해 쇼핑과 ICT 기술을 결합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최근 AI를 활용한 통역서비스를 탑재한 로봇 쇼핑 도우미 ‘쇼핑봇’을 선보였다. 쇼핑봇은 외국인 통역 서비스뿐 아니라 노래와 춤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까지 갖췄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3월 소비자와 일대일 소통이 가능한 AI ‘S마인드’를 개발했다.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세일이나 쇼핑과 같은 정보를 개인에게 맞춤형으로 전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IoT와 AI 적용한 ‘차세대 아파트’
AI와 IoT 등으로 대표되는 4차산업혁명은 전통적인 기간산업인 건설업도 변화시키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근로자의 안전을 위해 IoT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건강관리가 필요한 근로자는 근무 투입 전 스마트밴드를 착용한다. 이를 통해 근로자의 심박수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초를 다투는 응급상황 발생 시 초기 대응이 용이해졌다. 쌍용건설은 실시간으로 동영상 촬영을 통해 현장을 관리하는 액션캠 LTE 시스템을 도입키도 했다.
첨단기술이 접목된 똑똑한 아파트도 건설업계의 연구 대상이다. GS건설은 카카오와 협약을 맺고 AI 비서를 탑재한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다. 스마트폰으로 각종 기기를 제어하는 수준을 뛰어 넘어 사용자에 맞춘 빅데이터를 수집함으로써 스스로 동작하는 차세대 아파트다. 단순한 아파트를 넘어 아예 첨단 도시를 건설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교통·에너지·빌딩 등 도시를 구성하는 주요 기능에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해 생활의 편의성과 도시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스마트시티 수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우건설과 한화건설, 한양건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스마트시티 조성을 미래 먹거리로 삼기 위해 새로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유나 강창욱 박세환 심희정 기자 spring@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