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5일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을 24시간 전에 발사 징후를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미 양국은 14일 오전부터 정보자산을 총동원해 대북 감시태세를 강화하고 미사일 도발에 대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북한의 도발 시 즉각적으로 군사적 대응을 하도록 사전 재가를 했고, 정부와 청와대는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를 전격 선언했다. 청와대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인지하면서도 대북 강경책과 온건책을 동시에 결정했다는 의미다. ‘한반도 운전자론’ 재개를 위한 사전 포석인지, 도발 타이밍에 대한 오판인지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북한은 15일 오전 6시57분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화성 12형’급 이상으로 추정되는 IRBM을 발사했다. 탄도미사일은 최대고도 770여㎞에 3700여㎞를 비행해 일본 훗카이도 동쪽 태평양에 낙하했다.
하지만 24시간 전인 14일 오전 6시45분 한·미 군 당국은 순안비행장에서 탄도미사일 발사 징후를 두 차례 포착했다. 이 사실은 문 대통령에게 즉시 보고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14일 오전 북 도발 시 즉각 대응 경고사격을 실시할 것을 사전에 재가했다”고 말했다.
3시간여 뒤인 오전 10시 통일부는 800만 달러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오후 2시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오후 3시25분쯤 청와대는 대북 지원 재개를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나온 지 이틀 만에 청와대가 보인 대북 지원에는 일본도 불만을 표시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5일 북 도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 시기를 고려해 달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식량계획(WFP)과 유엔아동기구(UNICEF)가 지원을 요청해와 검토했다.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다루어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14일의 행보를 “대북 제재와 인도적 지원이라는 투트랙 정책에 따른 것일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미국도 국제기구를 통해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한다. 정부가 인도적 지원까지 북핵 문제와 연계시킬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14일 행보가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사드(THAAD) 배치 혼선처럼 정부 정책이 다시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시 국방부의 사드 일반환경영향평가 결정(7월 28일)→북한 ‘화성 14형’ 발사→문 대통령 사드 발사대 임시배치 지시(7월 29일) 등 하루 만에 사드 배치 정책이 180도 바뀌었다.
이번에도 정부는 대북 지원 발표 하루 만에 북한에 다시 뒤통수를 맞았다.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을 논의할 남북교류협력추진위원회는 21일 열릴 예정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했음에도 서둘러 대북 인도적 지원을 발표한 것은 도발 타이밍을 오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한 문 대통령의 남북 관계 개선 의지가 큰 상황에서 보수정권과의 차별화를 위한 참모진의 조급증이 낳은 결과라는 비판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오전 8시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이런 상황에서는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글=강준구 문동성 기자 eyes@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靑, 24시간前 도발 징후 알고도 “北 지원” 왜?
입력 2017-09-1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