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맷집’ 생긴 증시… 北 연이은 도발에도 ‘덤덤’

입력 2017-09-16 05:01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15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무실 벽에 설치된 전광판에 코스피지수 종가(2386.07)와 원·달러 환율 마감가격(1131.70원)이 찍혀 있다. 김지훈 기자


북한 리스크에 속절없이 주저앉던 주식시장에 ‘맷집’이 생겼다. 코스닥지수가 북핵 위기를 이겨내고 오르막을 달리는가 하면 피해가 컸던 코스피시장도 면역력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핵 공포’에서 벗어나는 국면으로 분석한다. 다만 아직 안심하기에 이르다는 반론도 나온다. 잦은 도발로 시장에 ‘학습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지정학적인 위험’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15일 코스닥시장 시가총액은 229조9560억원을 기록했다. 전날에 이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닥지수는 5.89포인트 오른 671.30으로 거래를 마쳤다.

북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코스닥의 오름세는 세다. 지난달 11일(628.34)과 비교해 6.84% 상승했다. 같은 기간 2.86% 오르는 데 그친 코스피지수의 2.39배다.

코스닥이 상승기류에 올라탄 배경에는 외국인투자자가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4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은 코스닥시장에서 6608억원을 순매수했다. 올해 외국인 코스닥 순매수 총액 1조7448억원의 37.87%에 이른다. 상장지수펀드(ETF)를 타고 기관투자가도 귀환했다. 삼성자산운용 ‘KODEX 코스닥 150’을 비롯해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코스닥 150 레버리지’ 등은 승승장구했다. 기관투자가의 순매수세가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김상표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닥의 내년 실적 개선 기대감이 두드러지면서 외국인과 기관이 (코스피에서) 옮겨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코스피시장의 대형주 중심 상승세 때문에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일반 기관에서 대형 정보기술(IT) 종목, 인덱스 투자 비중이 높았지만 이제 흐름이 변했다”고 설명했다.

코스피시장도 ‘충격 흡수력’이 강해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8.41포인트 오른 2386.07에 마감했다. 지난달 9일 북한이 ‘괌 폭격’ 엄포를 놓자 26.34포인트나 급락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삼성전자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은 지난달부터 꾸준히 반등해 7월의 주가 수준을 회복했다.

정부도 이런 시장 반응을 ‘예측 가능한 수준’이라고 본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 도발에도) 시장 상황은 안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북핵 문제가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국면이 지났다고 판단한다. 이종우 IB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주를 지나면서 북핵 문제는 주식시장에서 사실상 끝났다. 이벤트(북한 도발)에 따른 추가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표 연구원 역시 “북핵 이슈는 공포 국면을 지났다”고 했다.

하지만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북한 도발 주기가 짧아 학습효과가 시장에 자리잡았지만 지정학적인 위험은 여전하다”며 “이슈가 사라졌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아직 마땅한 대화채널이 없어 향후 상황에 따라 시장이 발가벗고 휘둘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여기에다 ‘사드(THAAD) 변수’가 남아 있다. 김용구 연구원은 “롯데그룹이 중국에서 발을 빼는 게 되레 시장에 대형 호재로 작용한 데서 볼 수 있듯 사드 변수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글=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