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맞서는 우리 군의 대응이 빨라지고 과감해지고 있다. 군은 북한이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지 6분 만인 오전 7시3분 동해상으로 ‘현무-2A’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군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동시에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현무-2A를 도발 원점인 순안비행장까지의 거리(250㎞)를 고려해 동해상으로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군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장소인 순안비행장 타격을 상정해 사거리 300㎞ 이상인 현무-2A를 선택했다. 현재 군은 현무-2A와 개량형인 현무-2B(500㎞ 이상), 현무-2C(800㎞ 이상)를 운용하고 있다. 현무 계열 탄도미사일은 상대 미사일 발사 징후 시 선제타격이 가능한 우리 군 킬체인(Kill Chain)의 핵심 무기체계다.
군은 지난 7월 29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4형’을 발사했을 당시 6시간 만에 현무-2A와 미8군의 지대지 탄도미사일 에이태킴스(ATACMS) 발사로 대응했다. 지난달 29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 12형 발사 때는 3시간 만에 F-15K 폭탄투하 훈련을 실시했다. ‘6시간→3시간→6분’ 순으로 군사 대응 반응이 계속 빨라지는 셈이다.
현무-2A를 6분 만에 발사할 수 있었다는 것은 한·미 양국이 이동식 미사일발사대(TEL) 등 북한의 도발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한·미 군 당국은 전날부터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하고 감시 중이었다. 군은 문 대통령에게 북한의 도발 징후를 보고했고, 문 대통령으로부터 무력 대응 지시를 받은 상태였다. 북한의 도발 징후를 사전에 파악하고 타격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은 군이 마음만 먹으면 북한이 도발을 감행하기 전 원점을 타격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번에 발사된 현무-2A 미사일 2발 가운데 1발은 발사 직후 수초 만에 해상에 추락했다. 올 들어 현무 계열 미사일 실사격 훈련이 실패한 것은 처음이다. 합참 관계자는 “1발은 순안비행장까지 실제 거리를 상정한 가상 목표에 명중했지만 1발은 발사 초기 단계에서 비행 중 낙하했다”고 설명했다. 합참은 해당 미사일의 추락 원인에 대해 관계기관이 분석 중이라고 전했다.
현무-2A는 2005년에서 2006년 사이에 제작됐고, 대당 가격은 15억∼20억원으로 알려졌다. 오래된 무기이고 가격대가 비싸다보니 실제 시험사격보다는 시뮬레이션 위주로 훈련이 진행된다. 때문에 실사격과 시뮬레이션 훈련 간에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사일이 발사 도중 추락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점에서 추진체 균열이나 유도제어 오류 등 기술적 결함 가능성에 대해 철저한 원인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6시간→3시간→6분… 점점 빨라지는 軍 대응
입력 2017-09-1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