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과열 분위기가 진정되고 있습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8·2 부동산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을 두고 한 말이다. 그러나 수치로 드러나는 시장 분위기는 다르다. 규제 직후 약세를 보이던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값이 6주 만에 상승 전환했고, 200여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단지도 나왔다.
이날 부동산114에 따르면 9월 둘째 주(11∼15일)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값은 0.11% 올랐다. 지난달 11일 0.25% 떨어진 뒤 하락세를 이어온 지 불과 6주 만이다. 깜짝 반전은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가 견인했다. 지난 7일 서울시 심의를 사실상 통과하면서 최고 50층 재건축이 가능해진 5단지 전용면적 82㎡는 지난 8일 16억8000만원에 거래된 후 17억원 이상의 매물이 나오고 있다. 역대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이다.
서울 전체 아파트 값도 상승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값은 지난주 대비 0.01% 상승했다. 8·2 대책 이후 5주 연속 하락했던 매매가가 6주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잠실주공5단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송파구 아파트값이 0.09% 올랐고, 계속 떨어지던 용산구도 0.04% 상승 전환했다. 영등포구 구로구 금천구 등도 슬슬 오르는 추세다. 부동산 업계에선 가계부채 종합대책 등 정부의 추가 대책 발표가 추석 이후로 미뤄지고 가을 이사철을 맞아 실수요자들이 움직이면서 가격이 오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로또 청약’ 열풍도 부동산 상승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14일 1순위 청약을 받은 서울 강남구 ‘래미안 강남포레스트’(개포시영 재건축)는 185가구 모집에 7544명이 몰려 평균 40.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3가구를 모집한 전용면적 59㎡ 타입은 5381명이 신청해 무려 23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로 시세차익을 기대한 수요가 몰린 것이다. 6·19 대책과 8·2 대책뿐 아니라 후속조치까지 나왔는데도 부동산 열기는 식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선 정부가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최고 수준의 규제까지 쏟아부었지만 오히려 일부 실수요자에게 피해만 끼치고 시장 과열을 진정시키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노무현정부 당시 부동산 정책 실패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했던 노무현정부는 강남 등 버블세븐 지역을 선정해 집중 관리에 나섰지만 집권 5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56.58%나 올랐다.
결국 ‘공급은 충분하다’는 정부 판단부터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규제가 부동산 시장 열기를 당장 식히는 데는 효과가 있겠지만 심해질 경우 반사적으로 투자 성향이 강한 서울 아파트값이 오를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집값을 안정화할 수 있는 장기 플랜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장관은 집값 잡혔다는데… 서울 재건축 6주만에 ↑
입력 2017-09-1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