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부지 제공으로 중국의 보복에 시달려온 롯데마트가 버티지 못하고 9년 만에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제과, 음료 등 22개 계열사의 현지 사업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8조원을 투자한 롯데의 중국 사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정치·외교적 분쟁 때문에 십수 년간 알토란같이 키워온 사업을 접어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사드 여파로 이마트가 지난 5월 20년 만에 중국 시장 철수를 결정했고 화장품업체와 식품업체도 기로에 놓였다. 현대·기아차는 판매량이 반토막 나면서 현지 공장이 가동 중단을 반복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업계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중국의 무역 보복은 국제 무역질서 근간을 흔드는 치졸한 행위다.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 국제사회에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중국 상무부는 14일에도 사드 발사대 4기 임시 배치가 한·중 무역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위협을 계속했다. 그런데도 정부가 미적대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칼자루를 쥐고 있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이겠지만 그렇게 한다고 중국이 강도 높은 대북 제재에 나서지도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정부가 보호막이 돼 주지 않는다면 정부를 믿고 중국 시장에 투자했다가 수조원을 날리게 된 기업들은 어디 가서 하소연을 해야 하는가.
[사설] 중국 철수 잇따르는데 WTO 제소도 못하는 정부
입력 2017-09-15 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