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명 처방을 놓고 의-약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번 논란은 최근 열린 ‘2017 세계약사연맹 서울총회’에서 조찬휘 대한약사회장이 “국민의 의료접근성을 강화하고, 건강보험 재정 기여를 위해 성분명 처방을 추진해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성분명 처방 시행은 ‘망상’ 이라며 의사의 면허권을 침해하는 망언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또 국민 건강을 위한다면 약사의 본분인 복약지도와 의약품 부작용 모니터링에 충실하고, 의사의 처방내역이 포함된 조제내역서를 환자에게 발급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성분명 처방 논란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의약분업 시작부터 제기돼 왔으며, 지난해 연말에도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16년도 건강보험제도 국민인식조사’를 근거로 대한약사회가 성분명 처방 의무화 시행을 촉구해 갈등이 빚어진 바 있다. 성분명 처방에 대해 약사사회는 국민의 의료비 부담은 감소하고,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으며, 어느 약국에서나 처방의약품을 조제 받을 수 있어 국민의 약국 이용 편의성은 증대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의사사회는 환자의 특성과 약의 효능을 고려해 의학적인 판단에 따라 적합한 의약품을 처방하는 의사의 고유 권한인 처방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의약분업의 원칙이 파기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특정 의약품을 처방받아 복용해 증상이 호전되고 있어도 동일 성분의 다른 의약품을 처방받을 경우 기본적으로 혈중 흡수량 및 흡수패턴이 서로 달라 해당 환자 치료의 일관성이 상실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은 최근 논란이 된 글리벡 사태에서도 나타났다. 리베이트로 퇴출 위기에 있던 글리벡을 환자들은 대체약으로 투여할 경우 부작용과 적응기가 필요하다며 반대했던 것이다.
의사와 약사간 갈등의 정점에 있는 성분명 처방은 의사가 약을 처방하는데 있어 제품명이 아닌 성분명으로 처방하도록 하고, 약사는 약국에서 약을 조제할 때 동일성분 동일제형에 대해 어떤 제품이든 선택해 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다만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생물학적 동등성이 있다고 인정한 품목에 한하여 의사의 사전 동의 없이 약사가 대체 조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성분명 처방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은 의약품에 주권이 누구에게 있는가 여부이다. 성분명 처방이 의무화되면 의약품의 선택권이 약사에게 넘어가게 되고, 제약사는 약국에 집중적으로 영업을 진행하게 될 것이다. 또 일부의 주장이지만 장사가 안 되는 약국의 경우 의약품 재고처리로 악용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국민의 경우 성분명 처방이 되면 우선은 약국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은 확실하다. 다만 복약지도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성분명 처방은 약국의 이익으로만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많은 상황이다.
조민규 쿠키뉴스 기자
성분명 처방 논란 세계약사연맹총회서 재점화
입력 2017-09-17 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