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유발한 대학에 ‘고교 정상화’ 공로로 거액 지원

입력 2017-09-15 05:02
고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한다는 이유로 국고 지원을 받는 대학들이 실제로는 선행학습 사교육을 유발하는 대입 전형을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이들 대학이 고교 과정에서 배우지 않는 내용을 대학별 고사에 출제하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재정 지원을 계속해 왔다.

교육부는 14일 “대학별 고사 시행 대학을 대상으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선행학습 금지법) 위반 여부를 분석해보니 11개 학교가 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위반 대학은 건양대 광주과학기술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상지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안동대 연세대(서울) 연세대(원주) 울산대 한라대다. 이 중 연세대(서울) 연세대(원주) 울산대는 2016학년도에 이어 2년 연속 선행학습 금지법을 위반했다.

연세대와 울산대는 위법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이의제기 등 불복 절차를 밟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11개 대학 가운데 서울대 연세대 서울시립대 안동대는 교육부의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에 선정돼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사업은 대입 전형을 간소화하거나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대입 전형을 운영하지 않는 대학에 국고를 지원하는 것이다. 교육부가 올해 지원하는 규모는 서울대 20억6800만원, 연세대 8억8450만원, 서울시립대 5억4000만원, 안동대 2억7000만원 등이다.

교육부 내 부서 칸막이 때문에 이런 일이 빚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출제를 하는지 조사하는 업무는 교육부 학교정책관 소속 공교육진흥과에서 맡고 있다. 반면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사업은 대학정책관 소속 대입제도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안상진 정책대안연구소 소장은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사업에 선정된 대학이 대학별 고사에서 선행학습이 필요한 전형을 운영해왔다는 점은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사업의 설계 자체가 잘못됐다는 걸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교육부는 선행학습 금지법을 위반한 연세대 등에 모집정지 조치 등을 취하겠다고 밝혔다. 선행학습 금지법을 위반하면 총 입학정원의 최대 10%까지 모집 정지가 가능하다. 그러나 ‘솜방망이 처분’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입 관련 위법행위로 과도한 사교육과 선행학습이 유발되지 않도록 대학 입시 담당자 연수 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