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은 왜 동물실험 정보공개를 피했을까

입력 2017-09-17 22:52

국내 첫 실험동물 정보공개 행정소송이 진행됐다. 동물단체와 서울대병원의 격돌에서 승자는 누굴까? 최근 서울행정법원 11부는 동물실험 매뉴얼 및 보고서를 공개하라며 동물단체가 서울대병원에게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서울대병원에게 “모두 공개”를 명령했다. 서울대병원이 항소를 포기함에 따라 판결은 확정됐다.

판결 직후 박창길 대표는 기자와의 전화에서 “미국과 영국 등에서 동물단체가 정보공개 소송을 한 적은 있지만, 국내에서 이러한 재판은 처음”이라며 “동물실험과 관련한 정보공개 및 판례 자체가 드물어 이번 판결의 의미는 남다르다”고 밝혔다.

소송은 지난해 1월 29일 박창길 대표가 동물실험지침과 표준작업서 등 실험시설 운영에 대한 규칙, 점검에 대한 국내외 기준, 내부 조사보고서 등에 대한 공개 요구를 서울대병원이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공정한 업무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지난해 연말 서울행정법원 소송으로 이어졌다.

법원은 서울대병원의 정보 공개시 “일부 과격한 성향의 사람들에게 동물시험자체에 대한 극단적 반대나 과격한 의사표현 등에 필요한 자료로 사용될 우려가 있다”며 “공정한 업무수행에 방해가 된다”는 주장에 대해 “공정한 수행이 현저하게 지장 받을 것이라는 개연성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한 서울대병원이 “영업상의 비밀로서 공개하는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고, “서울대병원의 지적재산권 및 운영자산측면에 피해” 등의 이유로 정보공개를 거부한 것과 관련, 법원은 “사건정보는 영업상 비밀이 아니거나 공개를 거부할 만한 정당한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박 대표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국내 실험기관의 외부 윤리위원 활동하면서 상위 10%의 연구기관들의 실태가 심각하단 생각을 갖게 됐다”면서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은 제도 개선의 단초로 삼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어 “적어도 서울대병원이라면 동물실험과 관련해 국내 권고 기준은 충족시켜야 함에도, 서울대병원은 궤변을 늘어놓으며 상세 매뉴얼 공개를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홍보 관계자는 “항소 포기 말고는 전후사정은 알지 못한다”며 말을 아꼈다. 서울대병원의생명연구원의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측에 이번 소송과 관련해 입장을 물었지만, 이렇다할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김양균 쿠키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