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칸센 올라탄 아베·모디의 ‘反中 연대’

입력 2017-09-15 05:00
아베 신조 일본 총리(파란색 상의)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흰 상의)가 13일 인도 구자라트주 아마다바드에서 무개차를 타고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AP뉴시스

인도를 방문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900억엔(1조9480억원) 차관 제공 등 넉넉한 선물보따리를 인도에 안겼다. 아베 총리 부부를 자신의 고향인 서부 구자라트주로 초청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일일가이드가 돼 식사메뉴부터 방문코스까지 직접 정해서 안내하는 등 극진히 대접했다. 일본과 인도가 ‘중국 견제’라는 공통분모로 똘똘 뭉치고 있다.

아베 총리는 14일 구자라트주의 주도 간디나가르에서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인도 첫 고속철도 건설과 북동부 도로망 개선 사업 등에 1900억엔의 차관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구자라트주 아마다바드에서 인도 최대 도시 뭄바이까지 508㎞를 잇는 고속철 사업에 1000억엔의 차관이 투입되며 일본 신칸센 방식이 적용된다. 2022년 완공되면 이 구간 소요시간이 7시간에서 3시간 이내로 단축된다.

두 정상은 회담에 앞서 고속철 착공식에도 함께했다. 모디 총리는 “일본이 큰 선물을 줬다”며 “탄환열차(신칸센) 프로젝트가 인도의 성장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정부는 이 구간을 포함해 7개 고속철 노선을 계획 중인데 일본 정부가 나머지 6개 노선의 수주도 노리고 있다.

전날 아베 총리가 아마다바드공항에 도착했을 때 모디 총리가 직접 나와 맞이했다. 2014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이곳으로 초청받았지만 당시 모디 총리가 공항까지 나오지는 않았다.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도 모디 총리가 전례 없는 환대로 아베 총리를 맞았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와 부인 아키에 여사는 도착하자마자 인도 전통의상으로 갈아입고 무개차를 탔다. 군중의 환영을 받으며 8㎞를 이동해 마하트마 간디가 세운 인도 독립운동 중심지 ‘사바르마티 아슈람’ 공동체 시설에 도착했다. 모디 총리는 16세기에 지어진 시디 사예드 모스크도 안내했고, 저녁에는 아가쉬예라는 유명 식당에서 구자라트 전통요리와 일식 퓨전요리를 대접했다.

두 정상은 벌써 4번째 상호 방문을 했다. 아사히신문은 “인도와의 셔틀외교(정상간 상호 방문)는 2011년 이후 단절된 한·일 셔틀외교와 대조적으로 잘 되는 케이스”라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의 한 측근은 “셔틀외교를 계속하는 것 자체가 중국에 견제가 된다”고 말했다. 인프라 정비에 일본 자본을 끌어오고 싶은 인도와 거대시장에 깊숙이 진출하려는 일본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것도 활발한 셔틀외교의 동력이다.

두 정상은 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는 것을 가장 강력한 어조로 비난한다”며 북한에 도발행위 자제를 촉구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