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시 100일 넘도록 ‘인사 기준’ 감감… 겉도는 靑

입력 2017-09-15 05:00

출범 넉 달 동안 전방위적인 개혁 작업을 펼쳤던 문재인정부가 인사 암초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여러 차례 인사 시스템 전면 개편을 지시했지만 100일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청와대 인사 시스템이 겉돌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29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청와대 인사·민정수석실이 협의해 현실성 있는, 국민 눈높이에 맞게 원칙을 지킬 수 있는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빠른 시일 내 마련해 달라”고 지시했다.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나면서 인사 5대 원칙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지시였다. 하지만 109일째인 14일 현재 어떤 결과물도 나오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기준 마련 기구로 지목했던 국정기획자문위는 지난 7월 해산했다. 청와대 역시 지난 6월 인사·민정수석실 주도의 인사 시스템을 인사추천위원회로 확대했지만 인선 기준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문 대통령이 다시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제 어느 정도 인사를 마쳤으니 지금까지 인사를 되돌아보면서 인사 시스템을 보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사 자문회의 설치(인사수석실), 구체적 인사 기준 마련(인사·민정수석실), 인사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인사수석실·인사혁신처)도 지시했다. 이 역시 공회전 중이다. 인사수석실은 이날까지 자문회의 구성안을 보고하지 못했다. 인사 기준안 마련은 사실상 2기 내각 준비용으로 미뤄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단 첫 내각 인선이 마무리되면 구체적인 기준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 DB 구축은 거북이걸음 중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청와대와 협의 중이지만 정확한 DB 확충 방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와대 인사·민정 라인은 “숨 돌릴 틈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공공기관·공기업 인사가 밀려 있고, 정부부처 고위직 인사도 미뤄지는 상황이다. 정부 출범 120일이 넘어선 상황에서 부실 인사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시스템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글=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